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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귀와 액운 물리쳐 행복 수호하는 벽사 의미

  • 새해특집
  • 입력 2018.01.04 15:41
  • 수정 2018.01.0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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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불교

 
인간에게 있어 가장 오래된 가축인 개는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만큼 인간과 친밀하고 밀접한 관계를 갖는 동물이다. 성질이 온순하고 영리해 사람을 잘 따른다. 특히 주인에게는 맹목적인 충성심을 가지며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자신의 세력 범위 안에서 대단한 용맹성을 보인다.

목련존자 어머니 개로 환생
은혜갚은 개 삼목대왕 설화

개는 전통적으로 잡귀와 액운을 물리쳐 집안의 행복을 수호하는 벽사(壁邪)의 의미로 여겨지기도 했다. 중국 상·은·주 시대에는 개를 관아래 매장해 이 시대 묘에서는 개뼈가 반출되고 있다. 통일신라시대에도 무덤을 지키는 수호신의 의미로 무덤 둘레에 장식되기도 했으며 또 액을 막기 위해 집의 대문이나 광문에 붙이는 문배도(門排圖), 휴대하고 다닐 수 있는 부적 등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에게 헌신하는 충성과 의리를 갖춘 동물로 신망이 두터운 개를 불가에서는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불교 경전과 설화에 등장하는 개는 화두의 소재, 악업의 결과, 불법의 수호자 등 어리석은 인간을 깨우치는 다양한 역할로 등장한다. 우선 선가(禪家)에서 전해지는 대표적 화두에 개가 등장한다. ‘조주록’ 상권 132단에는 조주구자(趙州狗子) 또는 무자화두(無子話頭)의 유래가 나온다.

어떤 스님이 조주 스님께 물었다.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조주 스님이 대답했다.

“없다(無).”

1700 공안 중 가장 대표적인 화두인 공안은 ‘개에게 불성이 있는가’ 하는 질문을 통해 선은 모름지기 조사관(祖師關)을 통달하는 데 뜻이 있고 오묘한 깨달음은 궁극적으로 마음 길이 끊어져야만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신통제일인 목련존자와 개에 관련된 이야기도 존재한다. 목련존자의 어머니는 생전에 지은 죄로 아귀도의 지옥에서 고통을 받고 있었다. 부처님께 간청드린 덕에 어머니는 개로 환생할 수 있었고 목련존자는 부처님 말씀에 따라 7월 보름에 우란분재를 베푼다. 그 결과 어머니는 개의 몸을 여의고 극락정토에 다시 태어났다는 설화다.

‘귀신과 액운을 쫓는 개’로 알려진 천연기념물 제368호 삽살개는 불교와 확실한 인연을 맺고 있다. 중국에서 지장보살로 추앙 받고 있는 신라 왕자 김교각 스님이 삽살개를 데리고 중국 안휘성 구화산으로 들어가 성불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안휘성에는 삽살개를 타고 있는 지장보살상이 남아있다.

합천 해인사 ‘유진 팔만대장경 개강 인유’에도 개와 관련된 설화가 기록돼 있다.

합주 사람 이거인(李居仁)이 어느 날 길에서 눈이 셋 달린 강아지를 주워 길렀는데 3년이 되자 아무 병도 없이 죽었다. 이윽고 이거인도 죽어 저승길을 갔고 첫째 관문에서 눈이 셋 달린 삼목대왕(三目大王)을 만났다. 삼목대왕은 자신이 죄를 지어 개의 형상으로 이승에서 태어났을 때 보살펴 준 주인을 알아보고, 염라대왕에게 할 말을 일러주었다. 이거인은 염라대왕에게 가서 삼목대왕이 가르쳐 준 대로 “법보(法寶)의 고귀함을 판에 새겨 세상에 널리 알리지 못하고 온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하자, 염라대왕은 기록에서 그의 이름을 지워 다시 살아나게 했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422호 / 2018년 1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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