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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도화지

기자명 희유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8.01.08 13:47
  • 수정 2018.01.08 13:49
  • 댓글 0

오늘은 센터의 어르신 한분이 근하신년이라는 새해 인사를 담은 편지를 전해주시고 가셨다. 해마다 잊지 않고 붓글씨로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써내려 가신 편지에는 ‘평소의 성원에 감사드리며 새해를 맞이하며 관장님께 만복충만과 귀 복지센터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라는 글이 쓰여 있다.

복지관 이용 어르신들 거울삼아
수행점검하며 나눔하는 삶 발원
처한 곳에서 주인공으로 산다면
마음 도화지에 행복 그려질 것

나는 복지관이 나의 수행처이다. 선방에서 정진하는 것이 좋긴하나 ‘정말로 그에 상응하게 나는 열심히 정진하는가?’라는 생각과 부처님의 은혜와 보시하는 신심있는 불자들의 보시에 대한 업의 무게감이 나를 짓누르는 것을 감당하기 어려워 이렇게 도심 속에서의 생활을 택하였다. 그렇게 열심히 살다보니 어르신들의 주름진 얼굴에서 나의 삶을 배우고, 어르신의 행동에서 수행을 점검하면서 살아간다. 또한 항상 복지관을 사랑해 주시는 어르신들이 계셔서 일상이 신나고 행복하다.

해가 바뀐다고 이렇게 붓글씨로 근하신년을 정성들여 써 내려가는 연하장을 어디서 받아 볼 것인가. 해마다 빠지지 않으시고 이렇게 가져오신다. 항상 나를 보면 ‘관장스님 노고가 많으십니다요.’ 하고 허리 숙여 인사하시는 모습에서 겸양을 배운다. ‘내가 저 어르신의 연배가 되었을 때 저런 겸양을 겸비하고 있어야 할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을 단속한다. 

처음 출가하여 공부를 하면 금방 도를 얻을 것 같은 생각에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면서 신심을 내어 생활하던 나의 모습도 세월이 흐르면서 퇴색되어 가는 마음을 이 곳 복지관에서 돈발시켜 간다. 어르신들의 각양각색의 모습에서 ‘나이 듦’을 배우고, 많은 봉사자들과 후원자를 보면서 나눔을 배우면 살아가는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평소에 가장 좋아하는 경전 문구는 ‘화엄경’에 나오는 ‘심여공화사(心如工畵師) 능화제세간(能畵諸世間) 오온실종생(五蘊悉從生) 무법이부조(無法而不造) 여심불역이(如心佛亦爾) 여불중생연(如佛衆生然) 응지불여심(應知佛與心) 체성개무진(體性皆無盡)’이라는 구절이다. 뜻을 풀이하자면 ‘마음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같아서 능히 모든 세상을 다 그리네. 오온이 모두 마음으로부터 생기면 만들지 않는 것이 없네. 마음과 같이 부처도 또한 그러하며 부처와 같이 중생도 그러하네. 응당히 알라 부처와 마음은 그 체성이 모두 끝이 없네’라는 것이다. 마음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 같다는 것이 어찌 그리 가슴을 시원하게 하던지.

우리는 각자의 마음이라는 도화지에 어떤 그림을 그리며 살아갈까? 우리 센터를 이용하시는 어르신들은 아마도 행복이라는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시지 않을까? 나도 수행이라는 이름으로 마음 도화지에 멋진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생을 마치는 순간 ‘참 잘 살았다’라는 행복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어르신들을 거울삼아 살아가고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마음도화지에 마음대로 그릴 수 있는 화가로의 삶을 살아야 하겠다.

▲ 희유 스님
자신이 처한 곳에서 열심히 주인공으로 살아간다면 행복으로 가득 찬 그림을 그리게 될 것이다. 어르신들이 자신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왔듯 우리들도 자신이 처한 곳에서 열심히 살아간다면 우리의 마음도화지엔 어느덧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부디 여러분의 마음도화지에 마음대로 그림 그릴 수 있는 화가라는 주인공이 되길 바라면서 무술년 한해도 처한 곳에서 최선을 다하길 기원한다.

희유 스님 서울노인복지센터 시설장 mudra99@hanmail.net

 

[1423호 / 2018년 1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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