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1월9일 관내 교육관에서 ‘고려 불감 기증식 및 공개회’를 개최했다. 불감은 국립중앙박물관 후원단체인 사단법인 국립중앙박물관회 젊은 친구들(YFM)이 지난해 일본에서 구입해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기증된 불감은 14세기 말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지붕이 없는 상자형으로 조성된 것이 특징이다. 금강역사상이 새겨진 문을 열면 여래설법도(如來說法圖)가 새겨진 금속판이 덧대어 있다. 여래설법도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중심으로 좌우 협시보살과 10대 제자, 팔부중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상단에 표현된 팔부중은 현존 고려 불감 가운데 유일하며, 조선 후기에 유행한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의 시원으로 추정된다는 게 국립중앙박물관의 설명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과학적 분석을 통해 불감의 뚜껑, 앞면, 뒷면과 문(門)은 동으로 제작됐으며, 관세음보살상은 은으로 제작해 도금한 것임을 확인했다. 2016년 보물로 지정된 익산 심곡사 칠층석탑 출토 금동불감과 양식과 구조면에서 유사하다는 것이 국립중앙박물관의 설명이다.
배기동 관장은 “고려건국 1100주년이 되는 올해, 고려불감 기증 및 공개로 기념사업을 시작하게 돼 의미가 크다”며 “이 불감은 일제강점기 대구의 병원장이자 고미술 수장가였던 이치다 지로(市田次郞)가 소장하다 광복 이후 일본으로 반출됐고, 이후 30여년 전 고미술상이 구입해 보관하던 것을 YFM이 지난해 모연을 통해 구입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배 관장은 이어 “불감은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집중 제작됐지만 현재 전해지는 것은 국내 10점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15점에 불과하다”며 “불감은 축소된 불전(佛殿)으로 예경의 대상일 뿐 아니라 고려의 불교미술 양상과 금속공예 기술, 건축 양식이 종합적으로 담긴 귀중한 사료로 향후 고려 문화를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신성수 국립중앙박물관회장은 “YFM은 2014년 고려 나전경함 기증을 시작으로 간다라불상, 미투라상 등 소장 문화재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해 왔다”며 “이번 고려 불감 반환으로 국외 반출문화재가 속히 돌아오고,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 불감과 관세음보살상은 12월 예정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대고려’를 통해 일반에 전시된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424호 / 2018년 1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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