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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동아시아 전통철학과 불교’ 세미나[br]1. 서구에서의 불교 이해

▲ 미국 애리조나주 ‘투싼’에 있는 베트남 사원에서 법회를 주관하고 있는 미국 스님. 법보신문 자료사진

유럽에서의 불교와 달리 미국에서 불교의 시발점은 새로운 세기에 대한 사색으로부터 시작한다. 1893년 열린 시카고 종교박람회(World Parliament of Religions)는 선불교가 미국으로 공식적으로 입성한 해로 볼 수 있다. 19세기를 마감하고 20세기의 문턱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 박람회의 준비위원들은 20세기에는 어떤 종교가 번성할지 관심을 모았고, 이런 의미에서 세계주요 종교지도자들을 종교박람회에 초청한 것이다. 여기에 일본 임제종 선사 샤큐 소엔 (1860~1919)이 불교대표자 중 한사람으로 초청을 받는다. 샤큐 소엔 선사는 미국에 선불교를 전파한 최초 선사로 기록되어 있다. 미국 불교학사에서 샤큐 소엔은 첫 번째 선사로, 그의 제자인 스스키 다이세츠 테이타로 (1870~1966)를 미국에 소개시켜 주었다는 데 그 중요성이 있다. 시카고 종교박람회 주관자 중 한 사람이었던 폴 카로스(1852~1919)는 세계 종교의 주요 저서를 번역하여 함께 묶고자 했고, 샤큐 소엔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샤큐 소엔은 제자 스스키를 소개시켜 주었다. 이 사건은 20세기 미국 불교학의 커다란 근원을 이룬다. 스스키는 대승불교의 주요 경전을 영어로 번역하여 미국 불교학의 근간을 이루는 영어번역서를 출판해 낸다. 그는 또한 선불교를 일본의 문화와 연결시키는 저서를 출판함으로써 선불교는 중국에서 시작되었지만, 서구에서는 일본문화의 정수, 즉 젠(Zen)이 되어버린다. 20세기 후반까지 미국불교학에 미친 스스키의 영향은 대단한 것이었다. 20세기말 쯤 되면 이제 어지간히 성숙된 미국의 불교학은 자신들의 학풍이 스스키의 불교 해석의 영향 하에서 선불교사를 왜곡했음을 인지하는 자체 반성의 시기를 거치게 된다.

일본 스스키 스님 영향으로
1990년대 미국, 선불교 주류
21세기 들어 티베트불교 관심
심리학·뇌과학과 공동연구로
불교사상, 과학 통해 재확인
서구불교, 인접 학문과 연계
과학·문화 등 연구 분야 다양

유럽의 역사적, 문헌학과 달리 미국에서의 불교는 종교 사상적인 접근이 그 처음부터 우세를 차지했다. 세계 종교에 새로운 공간을 제공하고자 했던 시카고 종교박람회가 선불교의 시발점이었다는 것도 이미 그 상징이다. 선불교는 20세기 내내 미국 불교학의 주요 주제 중 하나가 된다. 과연 선불교란 무엇인가? 참선을 통해서 보는 세상은 어떤 것인가? 깨침이란 무엇인가 등의 주제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불교에 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1970년대에서 90년대까지 선불교 연구가 미국 불교학의 중추였다면, 21세기로 들어오면서 미국 불교학은 새로운 모습을 띄게 된다. 달라이라마와 티베트의 문제는 티베트 불교에 대한 관심을 일으켰고, 티베트 불교가 미국 불교학의 주류로 떠오른 것이다. 이와 더불어 미국 불교학의 시발점부터 관심이 되어왔던 불교와 과학을 접목하는 연구가 본격적인 궤도에 이른다. 인지 심리학과 뇌과학의 발전은 불교학에 새로운 장을 열게 한다. 불교와 과학이라는 주제가 최근 등장한 것은 아니다. 사실상 불교가 서구 사회와 만나면서, 불교의 과학과의 접목성, 불교사상의 과학성 등은 서구불교학의 반복되는 주제였다. 이는 시카고 종교박람회를 주관했던 카로스에게서도 ‘인도 불교사 입문’을 썼던 프랑스의 버노프에게서도 볼 수 있는 주제다. 도날드 로페즈는 그의 ‘불교와 과학(2008)’에서 19세기 서구인들이 만난 불교, 그 불교와 과학의 만남을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불교적 근대의 형성 (2008)’의 저자 데이비드 맥마한은 과학적 불교에 대한 담론 자체가 근대화된 불교, 혹은 불교의 근대의 성격의 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현재 진행되는 불교와 인지 심리학, 불교와 뇌과학의 공동 연구는 불교 사상이 과학적이라는 논의와는 차이가 있다. 불교학자들은 불교의 인식론, 명상 등의 과학성을 주장한다기보다 불교 사상, 수행을 과학을 통해 재확인한다. 그렇다면 뇌과학이나 인지 심리학자들은 불교사상과 연관을 맺어 어떤 새로운 영역을 획득하는가? 과학은 가치중립적인 학문이다. 과학적 발견은 인류의 삶에 도움을 줄 수도 있고, 커다란 고통을 가지고 올 수도 있다. 과학과 불교의 대화는 이런 의미에서 최근 진행되는 뇌과학이나 인지심리학의 발견이 어떻게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는지 하는 인간의 노력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불교, 뇌과학과 도덕심리학,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감정에 대한 연구 등이 함께 맞물려서 도덕적 수행, 불교적 수행에 관한 학제간의 대화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서구인들이 불교를 인지하는데 커다란 영향을 미친 달라이라마는 불교와 과학의 상관성을 주장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달라이라마는 이미 1990년대 미국 엠아티 대학 뇌과학자들과 명상에 따르는 뇌의 변화를 통해 명상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데 커다란 공헌을 했다. 달라이라마는 불교는 과학적이라는 주장을 철저히 밀고 나간다. 그는 심지어, “만일 불교의 특정 주장이 거짓이라고 과학적으로 증명한다면 우리는 과학적 증명을 받아들이고 불교의 주장을 버려야한다”고 강력히 말한 바 있다. 달라이라마의 이와 같은 주장은 과학만능주의적인 입장이 아니다. 그는 과학에 지나치게 경도되는 것을 과학 물질주의라고 비판하지만, 현대 사회의 특징이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어떻게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정신적 수련과 연결될 수 있고, 연결되어야하는가 하는 문제를 현대불교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본다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 불교와 과학의 상관된 연구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는 또한 미국 불교에서 계속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명상에 대한 이해와 명상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노력과도 연결된다. 달라이라마의 말처럼, 불교와 과학이라는 주제에서 중요한 것은 불교, 즉 인간의 종교 철학적 노력과, 과학을 함께 생각함으로써 좀 더 총체적으로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려는 데 있을 것이다.

불교와 뇌과학 연구의 초기 발표 서적 중 하나로 1999년에 발표된 ‘선과 두뇌-명상과 의식에 대한 이해를 위하여’에서는 참선을 통해 삼매에 들었을 때의 상태를 인간 뇌 활동의 변화로 설명할 수 있는지 연구했다. 저자 제임스 오스틴은 의학박사이면서 선불교 수행자이다. 일본에서 처음 선불교를 접했을 때, 그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들었다고 한다. ‘(1)선이란 것은 무엇인가? (2)인간의 뇌는 어떻게 작용을 하는가? (3)명상과 깨침의 상태는 도대체 어떤 것인가?’ 첫 번째와 세 번째는 선불교를 아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다 관심이 있는 질문일 것이다. 여기에 뇌과학자의 두 번째 질문이 연결되어 참선과 두뇌라는 주제로 연결된다.

지난 20여년 동안 뇌과학은 꾸준히 발전해 왔고, 윤리학 분야에서는 도덕 심리학 또한 깊이 연구되어왔다. 명상에 대한 관심, 그리고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다 뭉쳐서, 불교와 뇌과학의 연구에 새로운 주제를 제공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 중 하나는 인간의 감정에 대한 뇌과학적 연구와 불교의 연구를 결합하고 이 연구들이 도덕론, 윤리적 실행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다루고 있다.

인간 감정의 뇌과학적 연구로 유명한 리사 바렛은 그녀의 최근 저서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두뇌의 비밀스런 삶(2017)’에서 우리는 특정 감정이 이미 존재하고, 그래서 삶에서 일정 상황을 만났을 때, 그에 대한 반응으로 특정 감정을 표현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감정은 이미 형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계속 형성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특정 감정을 나타내는 인간 얼굴의 표현도 우리는 곧 알아차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환상이라는 것이다. 바렛은 뇌과학의 실험을 통해 이를 주장한다. 불교 학자에게 바렛의 감정연구는 감정의 ‘무상(無常)’함의 과학적 표현이 된다. 이 뇌과학적 연구는 불교학자의 명상, 건강한 마음 연구와 연결되어서, 어떻게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하고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는 지하는 수행으로 이어진다.

참선과 뇌과학, 뇌과학의 감정 연구와 마음 수행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불교와 과학 연구의 두 가지 예이다. 이 분야는 현재 미국 불교학의 첨단으로 앞으로 한동안 계속 발전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가장 최근에 미국에서 진행된 한 공동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 워싱턴 디시에 있는 프리어 새클러 미술관은 동양 미술 소장품으로 유명하다. 이 미술관에서는 2017년 10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불교에 대한 특별전을 한다. 전시는 ‘붓다 만나기-아시아를 가로질러 본 미술과 수행’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2000여년 동안 살아온 아시아의 불교를 200점 이상의 미술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전시 제목의 부제가 말해주듯이 이 전시는 아시아의 다양한 불교 전통에서 만들어진 불상, 보살상, 사리탑, 불탑 등 불교 미술품을 통해 이 작품들이 왜 만들어졌고, 불교 수행에서 어떠한 의미와 마음을 담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 특별전 중 한 전시품으로 8세기 한국 승려 혜초(704~708)의 인도기행을 담은 ‘왕오천축국전’에 관한 흥미로운 전시가 있었다. 특별행사가 이루어졌던 12월9일에는 미시간 대학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 학생들이 관람자들에게 ‘왕오천축국전’을 스마트폰, 혹은 아이패드에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앱을 설명해 주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인문학에서 컴퓨터 앱을 다운로드한다면 아마 원문이나, 번역 서비스라고 생각할 것이다. ‘왕오천축국전’ 앱은 혜초의 여행 경로를 따라 가며, 불교 사상, 불교사, 불교 미술 등을 듣고 볼 수 있는 앱이다. 도날드 로페즈 교수의 저서 ‘혜초의 여행-불교의 세계’의 집약판을 앱을 통해서 함께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은 여행기 전체가 현존하는 것이 아니고 20세기 초 중국 돈황에서 발굴된 문서들 중 ‘왕오천축국전’의 일부로, 8세기 불교순례기의 한 예로 연구되고 있다. 로페즈 교수 연구팀은 혜초의 여행 경로를 따라 가며 불교 사상, 불교사에서 유명한 성지, 불교미술, 불교 유적 등을 설명한다. 이 연구는 불교학자인 로페즈 교수 혼자서 한 것이 아니다. 불교 학자와 문학, 미술사, 고고학, 그리고 컴퓨터 사이언스까지를 총괄하는 공동 연구를 해서 한 학문에 치우치는 연구가 아니라 총체적인 연구를 통해, 인간, 종교, 예술, 과학을 이해하고자 했다.

▲ 박진영
아메리칸대학 교수
이 연구는 총체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일 뿐 아니라, 점차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는 인문학이 다른 학문들과 연관을 통해 새로운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제시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로페스 교수팀의 혜초 기행에 관한 연구는 앞으로 서구 불교 연구가 학문의 특정 분야, 혹은 특정 국가의 불교, 혹은 특정 불교종파에 관한 고립된 연구보다는 불교와 뇌과학, 윤리학, 혹은 종교학, 미술사, 고고학과 컴퓨터 사이언스, 혹은 한국, 일본, 중국 불교의 연관성 등 학문, 국가, 지역을 함께 생각하는 학문으로 연구될 징표라는 생각을 해본다.


박진영 아메리칸대학 교수

[1425호 / 2018년 1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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