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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품은 겨울날에

기자명 성원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8.01.23 17:58
  • 수정 2018.01.23 18:03
  • 댓글 1

눈이 나렸다. 겨울 한가운데에서.

자연계처럼 인간사도 변화무쌍
언제나 정의로운 가치 있을까
일그러진 세상사에 불법도 왜곡
본질 알고 말하는 이 그리워져

비가 내린다. 어제같이 겨울은 한창인데. 정말 해가 바뀌었다고 호들갑을 떨어보지만 순간순간 변화하는 날씨는 끝없이 우리들을 자극한다. 최강의 추위라고 부산을 떨었건만 이틀이 지나지 않아 가을같이 겨울비가 창을 두드린다. 한철 겨울도 이렇듯 남다른 모습으로 우리주변을 서성인다.

세월의 무상함은 자연계에만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인간사도 변화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정권의 실세들이 한낱 잡범들처럼 되어 연일 기사에 오르내린다. 서슬 푸른 날을 들이대는 쪽에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적폐라고 하고, 그들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정치보복이라며 울분을 토한다. 진정 누가 옳은지 그른지는 또 세월이 흘러봐야 답이 나온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유구한 세월의 거울 앞에서 언제나 정의로운 가치가 있기나 한 것일까?

한때는 산아제한이 온 국민의 화두였고, 너무나 분명한 판단이라는 생각에 4000만이 패닉상태로 그 명제에 몰두했다. 그렇게 주장한 사람들과, 그러한 정책에 공감해 신체에 물리적 제한을 가했던 사람들이 살아 있지만 반세대도 지나지 않아서 다산장려운동이 한창이다. 이러니 관점에 따른 정의와 불의가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시공을 초월한 보편적 가치와 정의를 찾으려하고 구축하려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시간과 공간적 세계를 초월해 영원히 지고지순한 가치를 품고 있을까? 우리들은 그러기를 바란다. 또 분명 그렇다고 믿고 그러한 믿음에서 신앙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만일 이것을 부정한다면 불자들에게 뭇매를 맞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쉽게도 부처님의 가르침이 인간사의 모든 현장에서 정의로운 가치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인간사의 현장이 유위의 가치위에 심하게 왜곡되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세상사에 비치는 불법이 온전한 모습은 아니다. 이는 원래의 불법이 불안정해서가 아니다. 세상의 견해가 바람 부는 호수의 물결처럼 일그러져 있는 탓이다. 출렁이는 물결 위에 비치는 달그림자가 온전한 둥근 모양이기를 바라서도 안 될 것이요, 온전한 보름달의 모습이라고 주장해서도 안 될 일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현상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론적 주장만 되풀이할 때가 많다. 이뿐만 아니다. 이러한 현상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물결에 일그러진 달의 모습이 온전한 모습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기도 한다. 불교가 사회 현상에 맞닿을 때 본연의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도 현상적 왜곡을 인정하며 고고히 나아가는 모습이 필요하다. 현상적 일그러짐이 본질의 왜곡이 아님을 분명히 알고 말하는 사람이 간절할 뿐이다.

현재 우리 사회 가치관이 극에서 극으로 치달리고 있다. 너무나 극단적인 모습이 무서워서일까? 대부분의 지성인들이 목소리를 낮추고, 불교의 대덕들마저 입을 닫고 있다. 그저 광풍노도 같은 세상사가 저 혼자 안정을 찾을 때까지 바라만 보고 있다. 펼쳐지는 현상이 다 진리일 수 없고, 덮여진 세월이 정의롭다고 할 수도 없다. 강물에 일그러진 빛의 그림자가 참다운 모습을 가진 것이었는지 원래 일그러진 빛 그림자인지 당당히 소리쳐줄 누군가가 간절히 그리워진다.

▲ 성원 스님
지금도 겨울비가 내린다. 삼한에 내리는 비가 참일까? 거짓일까?

시공에 왜곡되지 않는 빛을 찾아 황금의 개를 앞세워 함께 걸아 나아갈 그 사람이 왜곡심한 이 겨울 자꾸만 그립다.

성원스님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학장 sw0808@yahoo.com 

 

 

 

 

[1425호 / 2018년 1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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