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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박종후-상

기자명 법보신문

▲ 65, 도융
새해에도 변함없이 독거 어르신들을 위한 반찬 만들기가 이어졌다. 매월 첫째 주 금요일마다 재료 다듬기와 밑반찬 만들기가 진행되고 다음날인 토요일에는 도시락을 장만해서 봉사자들이 직접 어르신들의 가정으로 배달을 한다. 부산 대광명사의 봉사 신행단체인 사무량심회에서 매월 꾸준히 이어 온 주요 봉사활동이다. 금요일에는 주간 참선반 도반들도 봉사에 동참해준다. 수행과 봉사를 둘로 생각하지 않고 정성을 다해주는 도반들이기에 함께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

주말마다 사찰 가는 즐거움
망설임 없이 대불련에 가입
구산 스님에 ‘시심마’ 화두
참나를 찾아가는 여정 입문

누가 보면 수행을 굉장히 깊이 있게 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싶다. 미리 밝히자면 실상은 결코 그렇지 않다. 사무량심회장 소임은 2014년 대광명사 불교대학에 등록해 공부한 것이 계기가 되어 덜컥 맡게 됐다. 참선반은 도반의 권유에 일단 등록부터 했다. 결국 횟수만 늘어났을 뿐 신행 성적은 초라하다. 지난해 말, 도량에서 한 도반이 “왜 절에 와서 기도를 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냥 할 뿐”이라고 대답했는데 거창한 원력도, 남다른 사연도 없는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그동안의 인연을 점검하고 수행의 실천을 서원하던 중 법보신문의 ‘나의 발심수행’ 연재를 알게 되었다. 수행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부끄럽지만 용기를 냈다. 2018년 무술년 새해가 시작되었으니까!

돌이켜보면 불교의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즈음인 고등학교 때 시작됐다. 부산 동래 법륜사 법륜불교학생회 소속이 되어 주말마다 절에 가는 즐거움으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 당시 법륜사는 부산에서도 손꼽히는 청소년 포교의 거점도량이었다. 그때 수계법회를 통해 지금은 쌍계총림 방장이신 고산 큰스님으로부터 받은 법명을 지금까지 쓰고 있으니 고등학교 시절은 삶에 제일 큰 변환점이 분명하다.

그 이후 웬만한 수행법은 다 체험해 본 것으로 기억된다. 스스로의 선택이기보다는 당시 법회의 분위기가 그만큼 모두 적극적이었다. 절이면 절, 염불이면 염불 그리고 참선까지 각각의 수행법은 힘들었지만 일정한 목표를 정해놓고 실천할 때 성취의 묘미가 있었다. 청소년 시절 경험한 수행의 기억은 오롯하게 온몸에 남아있는 것 같다. 환갑이 넘은 지금도 사찰에서 어떤 수행을 한다고 하면 무엇이든 거부감 없이 동참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걸 보면 훈습의 가치를 새삼 느끼게 된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망설임 없이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에 가입했다. 대학 시절의 불교는 더 활기차고 다채로웠다. 도반들과 함께 많은 법석을 찾아다니며 산사의 품에 푹 빠져 지내던 중 1975년 조계총림 송광사에 갔을 때 구산 스님으로부터 ‘시심마’ 화두를 받았다.

‘이것이 무엇인가.’ 솔직히 당시에는 와 닿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불교학생회 활동을 했기에 불교가 어느 정도 익숙했던 내게도 분명 낯선 단어였다. ‘지금은 몰라도 돼’ 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주섬주섬 스님께서 써주신 글씨 ‘시심마’를 접어 가방에 넣었다. 송광사를 다녀온 뒤 ‘시심마’는 기억 속에서 금방 사라질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참 시간이 흘러도 이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당장 이 뜻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일단 글씨를 꺼내 액자에 담아 항상 보이는 곳에 걸어 두기로 했다. 그리고 그 글씨는 42년이 지난 지금도 거실에 걸려있다. 글씨를 보면 구산 큰스님으로부터 화두를 받던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때부터 불교는 더 이상 친한 친구들을 만나는 모임이 아니었다. 고백하자면 ‘자기를 찾는 과정’이 된 셈이다. 특별히 수행모임에 소속이 되어 지도를 받진 않았다. 참선이 반드시 앉아서 화두를 드는 것이 전부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경전을 읽든지 주력을 하든지 봉사를 하든지 무엇을 하든 모든 순간을 ‘참나를 찾는 과정’으로 받아들였다.

[1425호 / 2018년 1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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