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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부처님과 제가 알잖아요”

기자명 금해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8.01.29 17:08
  • 수정 2018.01.29 17:09
  • 댓글 0

절에 자주오기, 사경하기, 관음기도 20분, 5분 명상하기 등의 기도 수행을 우리절 새해 목표로 세웠습니다. 그리고 점검표를 만들어서 스스로 자기 점수를 쓰기로 했습니다.

자기 가치·만족도가 점검기준
진짜 차이는 자신 마음에 있어
매순간 삶에 함께하는 건 자신
자기 점검하는 모습 아름다워

자기 기준에서 점수를 주다보니, 천차만별입니다. 1년에 한두 번 절에 오던 사람이 한 달에 한 번 절에 오게 되면 스스로 높은 점수를 주게 됩니다. 반대로 매일 절에 오는 사람이 일주일에 한번 오게 되면 스스로 많이 부족한 것 같아서 점수가 무척 낮아집니다. 이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일주일에 한 번 절에 오는 사람이 한 달에 한 번 오는 사람이 보다 점수가 더 낮아지는 의외의 불평등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기준이 다르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기대 가치, 삶의 만족도나 성격 등 모든 것이 다 다르다는 뜻입니다. 높은 기대치를 갖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쉽게 찾아내고, 반대로 작은 것에도 기쁨을 찾는 사람은 소소한 것에도 만족도가 높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점수라는 것은 잘하고 못하고의 평가가 아니라 그저 자신의 가치와 만족도에 대한 것일 뿐입니다.

똑같이 한 시간 수행 한다 해도, 한 시간의 마음과 정진력, 집중력은 본인만이 압니다. 그것은 세속의 모든 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함께 하지만 진짜 차이는 마음입니다. 그 마음은 오직 본인만이 가장 정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을 점검하는 것은 자신을 보는 또 다른 좋은 수행이 됩니다.

매년 새해 첫 달, 첫 번째 토요일에 모두 함께 3000배를 합니다. 지난해를 감사하고 참회하며 새로운 출발을 발심을 하는 시간입니다.

어느 청소년 법우가 작년에 이어 동참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오후에 학원 공부가 있었고, 아버지는 저녁 늦게 다니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3000배는 24시간 안에 하는 것이 원칙이었지요. 그냥 3000배도 어려운데, 조건이 3가지나 있는 셈이었습니다. 동생들은 아예 목표를 낮게 잡아 1000배를 하고 일찌감치  끝냈습니다. 눈치를 보니 동생들과 같이 놀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절하는 속도가 자꾸만 느려지고 쉬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더니 학원 수업시간까지 2000배 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1000배를 남겨두고 학원으로 향했고, 학원은 저녁 8시가 되어야 끝났습니다. 그러니 아버지의 조건에 따라 바로 집으로 들어가야 했지요. 그리고 24시간 안에 남은 1000배를 하려고 다시 깜깜한 새벽에 혼자서 절에 왔습니다.

삼천배의 마지막 1000배가 얼마나 힘든지, 혼자서 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저도 좌불안석이었습니다. 300배 정도 남겨두고는 좌복에 얼굴을 파묻고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안타까움에 땀에 흠뻑 젖은 등을 두드려주면서 물어보았습니다.

“혼자서 이렇게까지 힘들게 절하는 게 억울하니? 혼자니까 아무도 모를텐데, 절을 대충 건너뛰고 싶은 생각은 안나?”
“아뇨, 스님. 부처님과 제가 알잖아요.”

▲ 금해 스님
그 한마디로 저의 모든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우리들의 하고 있는 모든 일에 아무도 없는 곳은 없습니다. 언제나 자신은 있으니까요. 그래서 가장 철저하게 나를 보는 이도 바로 나 자신입니다.

삼천배의 마지막 시간을 아이와 함께 절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삼배를 올리고 당당하게 절을 나서는 아이를 안아주었습니다.

스스로의 약속을 지켜내는 사람, 자신을 스스로의 점검자로 여기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해도 가장 특별하고 가장 아름답습니다.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426호 / 2018년 1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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