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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미세먼지와 소비

기자명 최원형

풍족한 소비 부추긴 과잉생산 종착지는 미세먼지

한파가 지나가니 미세먼지가 왔다. 이 둘은 올 겨울 들어 선수교체 하듯 번갈아가며 방문하고 있다. 한파가 기승을 부릴 땐 눈 뜨면 기온부터 살폈는데 날이 풀리니 미세먼지 농도를 먼저 살피게 된다. 둘 가운데 어느 게 더 견디기 힘든 고통이냐는 처한 환경에 따라 각자 다를 것이다. 당장 연료비를 걱정해야하는 처지라면 한파가 더 고통스러울 테지만 숨 쉬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 더러운 공기를 흡입해야하는 일은 장기적인 고통이 될 것이다.

미세먼지 원인으로 중국만 비난
한국 소비물품 대부분은 중국제
국내 기업마저 중국에 생산공장
청정공기 유지할 주체는 우리

바깥 풍경이 종일 찌뿌드드하니 자꾸 안경알만 벗어 닦는다. 환기를 좀 시킬까 싶다가도 미세먼지 농도를 알리는 지도에 빨간색으로 ‘나쁨’이라 적힌 걸 보고 나면 창을 열 생각이 확 가신다. 맑은 하늘을 가려버린 이 미세먼지의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만 무수할 뿐 신뢰할만한 진단도 대책도 묘연하다. 옆 나라 중국의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고 우리나라 발생량도 일정부분 분명 있을 것이다. 추운 날이 풀리고 대기질이 더러워지니 중국 영향이란 말도 신뢰하기가 어렵다. 사실 추운 날에 미세먼지가 없고 날이 풀리자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건 순전히 대기 순환과 관련된 일이다. 겨울철 기온과 대기 순환이 모두 기단 배치에 영향을 받아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미세먼지가 심할 것이라 예보된 날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행했다. 관공서를 중심으로 차량 2부제를 실시하며 시민들의 동참도 요청했다. 이걸 두고 ‘세금 낭비다’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다’ 말들이 많다. 무료임에도 대중교통 이용률이 오차범위 내의 증가정도에 그쳤고 어느 날에는 예보가 빗나가기도 했으니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게 일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런 조치는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 한해서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제도화해야한다. 자가용 운행을 줄이는 것이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는 데 분명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발생한 모든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온 것일 수 없으니 일단 국내 발생량이라도 줄여보는 건 상식적인 조치다. 미세먼지와 관련한 기사의 댓글에 중국을 비난하는 내용이 상당했다. 그런데 우리 한번 솔직해보자. 우리가 쓰는 물건 가운데 중국제에서 자유로운 물건들이 몇 가지나 될까? 국내 기업들마저 중국에 생산공장을 둔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공장들이 이동한 지는 꽤 된다. 그러니 중국 공장을 돌려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두고 중국만 탓할 수 있을까? 중국에서 만들어진 물건을 쓰는 우리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원인에 대한 성찰은 시도도 하지 않고 오직 나타난 결과만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문제를 푸는데 하등 도움이 못 된다. 그렇다면 미세먼지 발생의 근원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결국 소비의 문제라고 본다. 편리하고 풍족한 소비와 풍족한 소비를 부추긴 과잉생산의 종착지에 미세먼지가 있다. 과잉생산이라고 굳이 표현한 까닭은 지구가 오염원을 자정할 능력 이상의 오염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그 많은 물건을 생산하느라 공장이 돌아가면서 오염시킨 공기를 물건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고스란히 마셔야 한다.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하는 데 일등 공신인 전기를 생산하느라 돌리는 발전소며 자동차에서 쏟아져 나오는 오염물질이 사람들의 호흡기를 타고 들어가는 셈이다. 편리한 삶의 대가는 상상 이상으로 치명적일 수 있다. 임시방편으로 미세먼지를 걸러줄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 마스크 역시 어느 공장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다. 지구 밖에서 우리의 삶을 보는 누군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처럼 아둔한 생물이 또 있을까 하며 끌탕을 할지 모를 일이다. 당장의 편리와 풍요를 좇느라 공기가 오염되고 물이 더러워지는 이치를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어리석음이 미세먼지로 되돌아오고 있다.

며칠 전 환경부에서는 중국과 협력을 강화해서 미세먼지 저감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비단 중국만이 아니라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연합한 ‘동북아청정대기파트너십’을 출범시켜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내가 숨 쉬는 공기는 나와 내 이웃뿐 아니라 나라 사이에도 울타리를 칠 수 없이 지구 전체가 공유하는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공공재이므로 공동의 노력이 절실하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나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 등 유럽의 도심에는 자동차 접근이 매우 어렵다. 제도를 마련하니 그에 따를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그들은 깨끗한 환경을 얻게 되었다. 자동차를 세워둔 대가가 청정한 공기라면 해 볼만 하지 않을까?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유지할 권리와 의무의 주체는 모두 우리다.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426호 / 2018년 1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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