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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담스님 징계무효’ 판결…조계종 "종법질서 부정"

  • 교계
  • 입력 2018.01.30 13:31
  • 수정 2018.01.30 16:50
  • 댓글 8

서울고등법원, 1월26일
영담 스님 징계 무효 판결
“학력위조 등 사유 있지만
사회공헌전력 보면 과하다”

징계양형 심판한 건 이례적
종교 자율성·정교분리 훼손
호계원 징계무력화 우려도
조계종, 대법원에 상고 방침

 
법원이 종단비방과 학력위조 등의 혐의로 ‘공권정지 10년, 법계강급’이 내려진 영담 스님의 징계에 대해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났다”며 ‘무효’라고 판결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법원은 영담 스님의 징계사유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영담 스님이 (과거) 종단 내에서 큰 역할을 했고, 사회공헌활동도 꾸준히 했다”는 등의 이유로 ‘징계가 과하다’며 종단 징계의 양형을 문제 삼았다. 이는 종단 징계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일뿐 아니라 종단 운영의 자율성을 심각히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클 전망이다.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향후 조계종 호계원의 징계심판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고등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심준보)는 1월26일 영담 스님이 조계종 호계원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징계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측의 주장을 인용해 “징계무효”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 판결은 영담 스님의 징계와 관련해 앞선 가처분,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모조리 뒤집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조계종 호계원은 지난 2016년 4월 △고등학교 학력위조 △동국대 이사로서 학내 혼란 야기 △종단 사정기관 거치지 않고 법원에 탄원서 제출 △팟캐스트 등 방송과 법회 등에서 종단 명예 훼손 △삼화도량 회장으로서 보도자료 등을 통해 종단 명예훼손 △석왕사 봉축법회에서 종정 및 원로 스님 비방 △호법부 조사 거부 등의 이유로 공권정지 등의 혐의를 적용해 영담 스님에 대해 공권정지 10년, 법계강급을 결정했다. 이에 앞서 중앙종회도 2015년 9월 영담 스님의 중앙종회의원 제명을 결의했었다.

그러자 영담 스님은 자신의 징계와 중앙종회의원 제명 결의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이에 대한 효력 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각각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영담 스님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모두 “원고의 주장에 이유 없다”며 기각을 결정했다. 영담 스님은 이에 불복해 ‘징계무효 가처분’은 고등법원, ‘중앙종회의원 제명결의 무효 가처분’은 대법원까지 각각 항고, 재항고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에 대해 모두 기각을 결정하면서 영담 스님에 대한 징계와 중앙종회의원 제명에 하자가 없음을 확인했다.

그러자 영담 스님은 이에 불복해 본안 소송을 이어갔다. 그러나 본안 소송에서도 법원은 영담 스님의 주장을 기각했다. 특히 ‘중앙종회의원 제명결의 무효’의 건은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에 이어 2심 재판부가 ‘기각’을 결정하고, 영담 스님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중앙종회의 영담 스님 제명결의가 문제없음’이 확정됐다.

또 ‘징계무효 소송’을 맡은 서울지방법원도 지난해 4월 “종교단체 내부의 징계에 대해서는 특별한 절차상 하자가 없는 이상 사법부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각하’를 결정하면서 이 사건은 사실상 일단락됐다.

그럼에도 서울고등법원이 영담 스님의 징계와 관련해 기존 재판부와 정반대의 해석을 내리면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고등법원 재판부가 영담 스님에 대해 징계사유가 존재하고 징계절차에 있어 하자가 없다고 판결하면서도 ‘양형이 과하다’는 취지로 징계무효를 결정하면서 조계종 징계제도의 자율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영담 스님의 고등학교 학력위조와 관련해 “이 부분 징계사유는 승려법의 ‘품행이 불량해 행해의 덕을 해한 자’에 해당해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또 동국대 혼란 야기, 종단 사정기관을 거치지 않고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점 등은 징계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영담 스님이 팟캐스트 등 방송과 법회 등에서 종단과 종정 스님 등의 명예를 훼손한 것과 관련해 “종단 집행부 또는 소속 승려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통해 집행부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볼 여지가 있다”며 징계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런 사실을 기초로 재판부는 조계종 호계원에 내린 영담 스님의 양형에 대해 문제 삼았다. 특히 재판부는 “△영담 스님이 종단 내에서 큰 역할을 하였을 뿐 아니라 사회공헌활동도 꾸준히 해 왔던 점 △공권정지 10년의 처분은 영담 스님이 60대 중반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향후 승려로서 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 △학력위조의 행위보다 조사거부 행위에 중점을 두고 징계가 이뤄져 위법성이 크다고 보기 어려운 점 △동국대 혼란에서 그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근거 없는 비방이라고 보기 어렵고 건전한 비판의 동기에서 이뤄져 징계사유에 포함되기 어려운 점 △학력위조 등이 문제돼 조사를 받지 않은 승려도 있는 점” 등을 이유로 “(호계원의 징계는)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영담 스님이 “종단 내에서 큰 역할을 하고 사회공헌활동도 꾸준히 했다”고 과거 이력을 살피면서도 △MBC ‘PD수첩’에 출연해 “(정적은)목을 따야 한다. 설죽이면 되치기 당한다”고 발언해 종단 안팎에서 따가운 비판을 받았던 사실 △불교방송 상임이사로 있으면서 공금을 횡령해 벌금 1000만원형을 받았던 사실 △동국대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하면서 다른 학자의 논문을 짜깁기해 표절논란에 휩싸였던 사실 △다니지도 않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며 동국대에 입학한 사실 △석왕사 주지 재임시절 부동산실명제를 어기며 신도 명의로 수십억대의 부동산을 매입한 사실 △석왕사 장례식장과 납골당을 불법적으로 운영해 온 사실 등에 대해서는 이번 심판대상에서 제외했던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이 같은 판결에 대해 조계종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계종 호계원 관계자는 “이런 식의 판결이라면 이제 종단 징계에서 양형도 일일이 판사에게 물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정미 조계종 법무전무위원도 “법원이 종교단체 내부징계에 대한 양형을 심판 대상으로 삼는 것은 종교단체의 자율성을 훼손함과 동시에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정교분리의 원칙도 부정하는 것”이라며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향후 종단 징계가 무력화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따라서 조계종은 내부 논의를 거쳐 즉각 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27호 / 2018년 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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