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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와 개신교

요가를 힌두교로 규정
정체성 유지 필요해도
표층종교 전형적 태도

요가는 정신과 육체를 단련하는 데 있어서 다른 어떤 방법보다 효과가 큰 인류 자산이다. 인도의 모든 종교와 철학이 그러하듯 불교도 요가에 큰 빚을 졌다. 요가의 명상법은 모든 상념을 정지시키고 무념무상의 세계에 도달하도록 이끈다. 부처님도 인도의 요가 수행전통 없었다면 무상정등각을 깨우치기가 더 어려웠을 것임은 분명하다.

불교의 위대함은 요가의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았다는 데 있다. 부처님은 숨을 멈추거나 결가부좌의 수행법이 일상에서 지속되기 쉽지 않음을 간파했다. ‘대념처경’ 등 불경에 나타나듯 고요함 속에 움직임이 있고, 움직임 속에 고요함이 있는 세계, 어디에도 걸리지 않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세계에 도달할 수 있었다.

오늘날 문화센터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현대화된 요가는 육체를 건강하게 해주는 스포츠의 성격에 가깝다. 요가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중화된 것도 건강 효과에 힘입어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개신교 월간지에서 ‘요가, 운동인가 종교인가’를 특집으로 다뤄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글을 쓴 3명의 전문 학자들은 요가가 힌두교 전통에서 발전해온 수행법이 맞지만 현대 요가는 종교와 같은 도그마가 아니라 신심을 건강하게 하는 방법에 가깝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요가가 개신교계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9월이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총회에서 요가를 금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보고서를 수용했다. 요가는 범신론적 사상을 지향하며, 인도철학 체계를 기초로 해탈을 얻으려는 종교적 수행방식으로, 요가는 종교이자 힌두교 그 자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입장에 대해 개신교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없지는 않다. 개신교 인터넷 매체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한 사회나 국가, 더 나아가 세계적 문화의 한 요소로 성행하는 요가와 마술을 금지하는 게 과연 가당하기나 한 일인가”라며 “이토록 흉측하고 우스꽝스러운 맨 얼굴이 드러난 사태 앞에서 우리는 차마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만다”고 지적했다.

문화는 교류를 통해 발전하고 보편성을 획득한다. 기독교도 메소포타미아,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문화의 영향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오늘날 개신교에서 흔히 사용하는 ‘장로’ ‘전도’ 등도 불교에서 비롯된 용어라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49재, 108배, 불교명상 등을 자신의 전통으로 흡수하려는 가톨릭이 문화의 속성을 보다 깊이 터득했다고도 볼 수 있다.

▲ 이재형 국장
종교학자인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학 명예교수는 모든 종교는 표층과 심층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문자나 외형에 집착하는 것을 표층종교의 특징으로 규정한다. ‘요가는 힌두교의 선교전략’이라는 일부 개신교의 주장은 표층종교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렇더라도 종교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개신교계의 노력 자체는 의미가 적지 않다. 다른 종교와 다를 것이 없는 종교는 존재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불자가 아니라는 곳에까지 ‘불자상’을 주고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단체가 버젓이 활동하는 불교계로서는 개신교계가 과하다 싶지만 일견 부러워도 보인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427호 / 2018년 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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