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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읽는 달라이라마의 눈

  • 기자칼럼
  • 입력 2018.02.05 11:15
  • 수정 2018.07.02 14:03
  • 댓글 1

망명 티베트불교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 후계자 선임이 이르면 연내에 시작될 전망이다. 외신에 따르면 티베트불교의 고승들이 인도 다람살라에 모여 달라이라마 15세 선출 방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 달라이라마는 14세다.

달라이라마가 14세로 불리는 이유는 16세기부터 시작된 티베트불교 겔룩파의 전통에 따라 달라이라마의 사후 그의 환생자를 찾아 후임 달라이라마로 임명해 왔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 후임자를 결정할 것인지는 논의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무려 500여년이나 계속된 겔룩파의 환생전통이 사실상 단절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결정에 현 달라이라마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것만은 분명해 보이다. 달라이라마는 이미 2011년 정교분리를 선언, 선거로 선출된 롭상 상가이 현 총리에게 티베트망명정부의 정치 권한을 이양한 바 있다. 이어 적절한 후계자를 선정해 종교의 최고지도자로 삼겠다는 달라이라마는 자신의 대에 이르러 정교일치와 환생이라는 겔룩파의 오랜 전통을 모두 종식시키는, 불행한 지도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달라이라마는 이미 수년 전부터 “환생자를 찾는 후계자 선정 전통을 끝내야 한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천명해 왔다. 자신의 입적 후 환생자를 찾기까지 불가피한 정신적 지도자의 공석,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우려되는 중국정부의 개입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환생자를 찾아도 성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그가 과연 티베트 민중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달라이라마와 같은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 등 현실적 우려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전통이라는 무게에 대한 달라이라마의 유연한 대처 방식이다. 혹자는 환생제도의 종식이 겔룩파의 전통과 특색을 훼손할 것이라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달라이라마는 단언한다. “여기서 끝내도 된다.”

여러모로 달라이라마의 판단은 설득력을 갖는다. 중국의 티베트 점령,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독립, 혹은 자치문제 등이 산적해 있는 현실 속에서 달라이라마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을 택해야 한다는 달라이라마의 결단은 그래서 더욱 의미 깊게 받아들여진다.
 

▲ 남수연 기자

우리는 때로 전통이라는 이름 속에서 길을 잃곤 한다. 더욱이 종교라는 이름 속에서 현실을 고려한 변화는 무모함, 혹은 변질로 비판받기도 한다. 요즘 한국불교계는 수많은 개혁 요구에 직면해 있다. 특히 비구니스님들에 대한 교단 내의 차별은 불교를 사회에 뒤처진 종교로 평가절하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 이 시대에 맞는 선택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시대를 읽는 달라이라마의 안목은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427호 / 2018년 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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