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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지역단 전 통일팀장 권태근-하

기자명 권태근

한반도 곳곳에 처음도 중간도 끝도 좋은 법 퍼지길

 
필연으로 받아들인 북한이탈주민 포교는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강원도 화천에서 일요법회를 마친 뒤였다. 북한이탈주민들은 모두 점심공양하러 가고, 평소 같으면 포교사들도 서둘러 종교활동을 마무리해야 했다. 정오가 되기 전에 서둘러 귀가 길에 올라야만 고속도로 정체현상을 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북한이탈주민 한 분이 남아서 할 이야기가 있다며 발길을 붙잡았다. 모두 법당을 나가고 포교사만 남은 상태에서 본인의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는데 그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같은 처지의 북한이탈주민과 오히려 개인적으로 답답한 심정을 나누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차라리 생면부지의 포교사가 더 편한 모양이구나 싶었다. 물론 사정을 들었다고 해서 포교사들이 나서서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저 답답한 심정을 토로할 수 있도록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하나원 관계자와 상담을 한 번 해보라고 권했다.

북한이탈주민 3만명 시대 진입
전문적 포교 등 지원 필요 시점
14개 지역단 중 포교는 2곳뿐

북한이탈주민 상당수가 처한 상황이 복잡해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사적인 부분이어서 물어보기도 곤란하다. 그러나 요즘 종편 TV채널과 통일부 웹사이트를 통해 그들의 고충과 북한사회에 관한 정보를 접할 수 있어서 그나마 사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법회에서 명상을 자주 진행하고, 명상진행 스킬을 높여가면서 그 시간도 차츰 늘려가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들 마음에 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민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북한이탈주민이 남한에 약 3만명이다. 반면 조계종 포교사단 14개 지역단에서 북한이탈주민들 포교를 담당하는 ‘통일팀’은 2곳에 불과하다. 서울지역단과 인천경기지역단이다. 효율적인 포교와 다가올 통일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전국 14개 지역단 산하에 모두 ‘통일팀’이 구축됐으면 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북한이탈주민 포교사 배출도 필요하다. 현재 남한 정착교육을 실시 중인 하나원을 대상으로 하는 포교는 오래 전부터 해왔다. 지금은 그 영역을 확대해 전국에 흩어져 정착한 3만명의 북한이탈주민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전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2015년과 2016년 연말에 문을 연 서울 불광사와 용주사 포교당 수원사 등 겨우 2곳이 북한이탈주민 포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통일이 물리적 결합이라면 통합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화학적 결합이다. 이념과 사상이 다른 두 집단이 단순하게 합쳐진다면 사회적 혼란이 일어난다. 통합에는 종교가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 하지만 통일팀 소속의 포교사가 전국적으로 50여명 밖에 없는 게 우리 현주소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북한이탈주민이 거주지 부근 재적사찰을 가진 불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주말에도 생업에 쫓기는 그들에겐 생소한 불교문화와 의식이라는 문턱은 높다. 이들의 사정을 배려해 별도 법회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왜냐하면 북한에서 종교를 체험한 경험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설사 제3국에 체류하면서 불교체험을 했더라도 여러 가지 여건상 체계적이지 못하다. 게다가 불교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이들과 함께 하는 법회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그들이 불자가 되는데 존재하는 진입장벽을 해소하기 위해서 별도의 법회를 열어야 한다.

일단 이들이 불자가 되면 불교기본교육과 불교대학 과정을 이수하도록 안내하고,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북한이탈주민 포교사가 되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포교사가 된 후 전국의 각 지역단 ‘통일팀’에 배속시켜 역량을 향상시키도록 도와야 한다. 통일 뒤 그들이 자기 고향에서도 전법을 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처음도 중간도 끝도 좋은 이 바른 법이 한반도 곳곳에 퍼진다면 그게 바로 불국토 아니겠는가.

권태근 인천경기지역단 전 통일팀장 taekeunkwon@hanmail.net
 


[1427호 / 2018년 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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