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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서지현’ 외면한 적폐청산연대

  • 기자칼럼
  • 입력 2018.02.09 15:33
  • 수정 2018.07.02 14:03
  • 댓글 30

[기자칼럼] 권오영 기자

서 검사 사건엔 성명내면서
법진 이사장 성추행엔 침묵
진영논리 빠진 게 아니라면
법진스님 성추행 문제 나서야

 

▲ 조계종 적폐청산시민연대는 일부 스님들의 확인되지 않은 의혹만으로도 숱한 성명을 남발하면서도 선학원 문제에 대해서는 유독 침묵으로 일관했다. 적폐청산연대가 쏟아낸 숱한 성명 중에서도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법진 이사장과 선학원 이사회를 비판하는 성명을 찾기가 쉽지 않다. 법보신문 자료사진

최근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알려진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검찰은 즉각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내부 감찰에 착수했으며 대통령까지 나서 재발방지 대책을 지시했다. 자신에게 쏟아질 수 있는 비난과 불이익, 여성으로서 겪게 될 수치심을 감내하면서도 결단을 내린 현직 여검사의 용기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그렇기에 사회 각계에서 서 검사에 대한 찬사와 격려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계종 적폐청산시민연대도 지난 1월31일 성명을 내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용기 있게 폭로한 서지현 검사의 고뇌와 실천에 깊은 공감과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검찰 성추행 사건이 사회적 이슈이고, 직장 내 성폭력 근절의 목소리가 크다는 점에서 적폐청산연대가 성명을 내는 것은 시의적절할 수 있다. 그러나 적폐청산연대의 그간 활동을 돌아보면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서 검사 문제가 불거지기 이전 불교계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2016년 10월 재단법인 선학원에 근무했던 한 여직원이 이사장 법진 스님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한 사건이었다. 해당 여직원은 그해 8월 법진 이사장과 동승한 차 안에서 성추행을 당했고, 여관 투숙을 종용받기도 했다. 이 일로 해당 여성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으로 치료를 받았고, 끝내 선학원을 그만뒀다. 그럼에도 법진 이사장은 자신의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으며, 진상조사에 나서야 할 선학원 이사회도 법진 이사장을 비호하기에 급급했다.

이 여성은 지난 1년간 검찰조사와 재판이라는 외로운 싸움을 이어갔다. 그사이 불교계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발족한 적폐청산연대는 일부 스님들의 확인되지 않은 의혹만으로도 성명을 남발하면서도 선학원 문제에 대해서는 유독 침묵으로 일관했다. 적폐청산연대가 쏟아낸 숱한 성명 중에서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법진 이사장과 선학원 이사회를 비판하는 성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지난 1월 법원이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하면서 법진 이사장의 범죄행위가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랬던 적폐청산연대가 서 검사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의아할 뿐이다. 더구나 서 검사와 관련한 성명을 내면서 이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법진 이사장의 문제에 대해서는 쏙 빼놓은 채 ‘불교계 전반에 걸친 남성중심의 폭력적인 문화’에 대해서만 모호하게 지적했다. 이는 적폐청산연대가 법진 이사장을 비호한다거나 법진 이사장의 성추행 사건을 물 타기 하려는 의도로 읽혀질 수도 있다.

 

적폐청산연대는 이제라도 법진 이사장 성추행 사건 해결에 일말의 도움이라도 되려 노력해야 한다. 그럴 때 “서지현 검사의 고뇌와 실천” 운운한 성명이 진정성을 얻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진영논리에 얽매여 공정성과 형평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에 또 다시 직면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28호 / 2018년 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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