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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업진언이 필요한 두 정치인

요즘 정치권의 핫뉴스 가운데 하나는 홍준표 제1야당 대표가 MBN에 5억원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다. 홍 대표가 MBN의 ‘류여해 “홍준표에게 수년간 성희롱 당해왔다”’보도와 관련해 해당 기자와 보도국장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홍 대표는 “MBN의 보도는 나를 비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작성된 허위기사이며, 이로 인해 나의 명예와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홍대표는 자신이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을 처음 만난 것이 지난해 6월인데 수년간 성희롱을 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 24년 동안 정치활동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성희롱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홍 대표의 억울함을 반드시 풀어줘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사인이 그렇게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곧바로 류여해 전 최고위원이 홍 대표를 상대로 성희롱과 모욕으로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류 위원에 따르면, 홍 대표가 자신의 손을 잡았을 뿐만 아니라 ‘여자는 조용히 앉아 밤에만 쓴다’는 등의 성희롱을 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자신을 ‘사이코패스’ ‘주막집 주모’ 등으로 폄칭함으로써 심한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4년 동안 단 한 번의 성희롱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홍 대표의 입장에서는 펄쩍 뛸 일이다. 더구나 이 일과 관련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평생 아내 밖에 모르고, 아내 이외에는 어떤 여자에게도 추파를 던진 적이 없으며, 오직 아내만을 사랑한다고까지 한 공개적 사랑고백이 졸지에 법정에서 판결날 모양새니 말이다. 그래도 한 때 환상의 콤비였던 두 사람이 이제는 소송전을 펼치는 관계가 된 것을 보니, 새삼 구업(口業, 말로써 짓는 업)의 지중함이 느껴진다.

사실, 류 위원이 홍 대표의 성희롱 피해자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포항지진과 관련해 ‘포항 지진은 문재인 정부에 하늘이 주는 준엄한 경고이자 천심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한 것이나, 당협위원장 문제로 당에서 제적당한 자신의 처지를 제천화재사건에 빗대어 ‘여자 사망자가 많은 것은 여탕이 남탕보다 작기 때문’이라고 하는 등 그야말로 ‘막말’로 국민에게 상처를 준 가해자이기도 했다.

홍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가 MBN에 의한 피해자일지는 모르겠지만, 밀양화재사건과 관련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경상남도 도지사로 있을 당시 화재로 9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었다”고 거짓말을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더욱이 밀양화재사고와 관련해 물건들이 쌓여있는 것을 보고는 대형 화재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표현을 “구정을 앞두고 무슨 일이 또 있을 거예요. 화재 사고가 또 납니다”고 한 말은 대국민 협박처럼 들린다. 오죽했으면, 이를 취재한 YTN 기자가 “화재 사고가 또 납니다. 부디 ‘거짓말’이길…”이라는 바람을 남겼을까 싶다.

무릇 정치란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난다고들 하지만, 세치 혀의 무서움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치 혀로 무기를 삼고자 한다면, 그 어떤 칼보다 날카로운 것이 되겠지만, 상대를 향한 그 칼끝이 항상 자신에게도 향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법구경’에서 “오로지 입을 지켜라. 무서운 불길 같이 입에서 나온 말이 내 몸을 태우고 만다. 일체 중생의 불행은 그 입에서 생기나니 입은 몸을 치는 도끼요, 몸을 찌르는 칼”이라고 한 것도 바로 그 이유이다. 사실, 막말은 일부 정치인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도 익명 속에 숨어 댓글을 통해 상대방을 괴롭히긴 마찬가지다. 막말이든 댓글이든 모두 구업을 짓는 행위이며, 그 결과는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옴을 잊지 말아야 한다. ‘천수경’의 첫머리는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라는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으로 시작한다. 정치인들이 올 한해 놓지 말고 정근해야할 진언으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황정일 동국대 연구교수 9651975@hanmail.net
 

[1428호 / 2018년 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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