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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의 무리들에 속지 말자

기자명 이병두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종교인들의 위선을 고발한 내용을 숱하게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다를 바 없는 ‘위선’ 행위들은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수행자‧성직자에게 무슨 돈이 필요하겠습니까? 수입 좋은 절‧성당과 교회의 주지‧주임신부와 담임목사 자리가 왜 필요하겠습니까?”라면서 바른 수행자‧성직자인 척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내게 보시‧헌금을 많이 해야 큰 복을 받습니다”는 뜻을 은근히 비쳐서 더 많은 돈을 받아내는 승려와 신부‧목사들이 많다.

명분이 그럴 듯한 사회복지사업을 펼친다면서 신도들에게 큰돈을 내게 하거나, ‘선행을 하지 않아서 혹 지옥에 갈까봐 두려워하는’ 이들의 약한 마음을 자극해 시주와 헌금을 하게하고 그 돈으로 나라 안팎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는 현장을 방문해 도움을 주면서 언론에 기사가 나게 한다. 그러면서도 “선행은 숨어서 해야 하는데, 이렇게 널리 알려지게 되어 부끄럽다”며 자못 겸손한 척 한다. 썩은 쓰레기더미가 많아질수록 활동이 더 왕성해지는 파리 떼처럼, 이들에게는 사회에 어두운 구석이 많아질수록 자기 얼굴을 드러낼 기회도 많아지고 시주와 헌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어서 더 반갑다. 그런데 이런 무리들이 횡행하는 게 오늘날에만 있는 특수 현상은 아닌 모양이다.

“옷 등의 공양 청을 받은 비구가 실제로는 그것을 원하면서도 삿된 욕심 때문에 그것을 거절한다. 그 신도들이 자기에게 절대적인 믿음이 있는 것을 알고는 다시 그들이 ‘우리 스님은 참으로 욕심이 적으시구나. 아무것도 받기를 원하지 않으신다. 만약 작은 것이라도 받아주신다면 우리에게 얼마나 행운일까!’라고 생각하면서 고급스런 옷 등을 그에게 가져오면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그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척 하면서 그것을 받는다. 그 다음부터 이 위선은 그것을 수레에 가득 실어오도록 만든다.” 2000여년 전 붓다고사가 ‘청정도론’에서 위선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대목이다.

붓다고사는 이런 위선자도 고발한다. “자기를 알리면서 ‘왕이 내게 신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이러한 대신이 내게 신뢰를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자기를 소개하는 말을 합니다.” 그런데 2000년 전에 비판을 받았던 이들과 닮은 무리들이 여전히 많다. 요즈음에도 스님과 신부‧목사들 중에서 자기를 알리면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내게 신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이러한 장관이 내게 신뢰를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한 마디 하면 출세시켜 줄 수 있고 정부 예산도 크게 받아낼 수 있습니다. 어려운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하세요”라고 하면서 목에 힘을 주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치권 인맥을 동원해서 공공도로를 불법 점유해 예수의 뜻과는 어긋나게 대형 교회를 짓거나 아들에게 세습해주는 목사가 있는가 하면, 정부에서 수탁 받은 뒤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하는 복지시설에서 수많은 사망자를 내고서도 어물어물 넘어가는 천주교 교구도 있다.

불교도 예외가 아니다. 몇 해 전 “바깥출입을 하지 않고 기도만 하면서 오로지 공심으로 재정을 투명하게 대형 사찰을 운영했다”며 자신을 크게 드러냈던 인사가 있었지만, 그가 막상 그 절을 떠나게 되자 곳곳의 인맥을 동원하여 그 주지 자리를 오래도록 맡으려 애를 쓰고 “나만 옳고 다른 이들은 모두 삿되다”면서 교단 구성원들에게 비난과 비방의 독화살을 쏘아댔다. 그리고 이 정도로 모자라 자신이 현 정권 실세들이나 세속 사회의 유명 인사들과 오랜 동안 가깝게 지내왔다는 사실을 은근히 드러내서 마치 정권은 그를 전폭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실상 그의 진면목은 ‘더 좋은 것을 더 많이 받으려고 청정‧겸손한 척’ 하는 사이비 수행자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이런 무리들에게 속지 말고, 이들이 설 자리를 없애야 하지 않을까.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28호 / 2018년 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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