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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승리자

기자명 진명 스님

강원도 평창에서는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절망으로 환호와 탄식의 소리가 드높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92개국에서 선수와 임원 6500여명이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로 펼쳐지고 있다. ‘하나 된 열정’이라는 슬로건이 무색하지 않게 설원과 빙상 위에서 선수들은 0.0001초를 다투며 그 열정을 다하고 있다. 최선을 다 하는 선수들과 함께 울고 웃는 감독과 코치들의 모습, 관심과 뜨거운 응원으로 국민이 한마음으로 만들어가는 한편의 감동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보며 30년 전 서울에서 개최된 88올림픽 개막식 장면이 떠올랐다. 당시 대한민국은 선진국도 후진국도 아닌 개발도상국이었다. 대부분 선진국에서 개최되던 올림픽을 생각하면 1988년 9월 서울에서 개최된 서울 올림픽은 우리나라로서는 큰 의의가 있었다. 분단국가인 한국에 세계 여러 나라가 모이게 된 것도 큰 이슈가 되었지만, 올림픽을 계기로 그동안 교류가 없었던 공산권 국가나 미수교국과 경제와 문화, 스포츠 교류까지 물꼬를 트게 되었던 것이다. 모든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올림픽을 치르며 나라와 국민의 잠재된 가능성을 봤으며, 더불어 부족한 부분도 여실히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성장과 발전을 위해 앞으로 앞으로 달려온 세월, 30년 후 우리는 또 국가적인 대사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30년이란 세월은 많은 것을 변화 발전시켰다. 개막식에서 오륜기를 올림픽경기장 상공에 연출한 것은 같았지만 실로 격세지감이 크게 느껴졌다. 88년 서울 올림픽 개회식 당시에는 잠실 올림픽스타디움 상공에 스카이다이버팀이 서로 손을 맞잡고 오륜기를 연출했다면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는 4차산업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최첨단 IT기술을 활용해 드론 1218대로 연출한 오륜기였다. 1명의 조종사가 1대의 컴퓨터로 조종하며 스노보더와 오륜기를 연출하여 전 세계 TV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30년 전 스카이다이버들이 하늘 위에서 손에 손을 잡고 다섯 가지 색깔로 연출한 오륜기에서 드론 1218대가 한 사람의 손안에서 자유자재로 밤하늘에 아름답게 수놓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변화 발전하지 못하고 점점 더 뒤처지고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따라오지 못하며 무시하고 있는 한 분야가 있다. 바로 저 여의도에서 닭벼슬 보다 못한 벼슬로 완장 차고 각 지역구에서 온갖 참견을 다 하며 골목대장 같은 짓을 하고 있는 정치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그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피터지게 하고 있다. 그들의 리그를 국민들이 진정 기쁘게 박수치며 관전하는 날이 올까 의심스럽다.

평화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은 스포츠에만 살아있는 정신인가.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등 모든 분야에 그 정신이 살아 있으면 안 되는 일인가. 이런 정신과 슬로건이 때론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가 되면 유권자에게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허리 굽혀 외치던 공허한 메아리가 동계올림픽에서 들려오는 저 알찬 함성을 대신할 때가 머지않았다. 우리 국민들은 다시 눈높이를 살펴야 할 때이다.

“벽격풍동(壁隔風動)이요 심격마침(心隔魔侵)이라, 벽에 틈이 생기면 바람이 들어오고, 마음에 틈이 생기면 마군이 침범한다.” 단체나 공동체 조직이 잘 지어진 집이라면 벽에 틈이 생기지 말아야 할 것이며, 사람 마음에 생긴 틈은 그 사람을 병들게 할 것이다. 평창 빙상 위에서 우리는 한 팀에 벌어진 작은 틈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 잘 봤다. 부처님께서도 말씀하셨다. “전장에서 백만 대군을 이기는 것 보다 자기 자신을 이기는 자가 진정한 승리자다”고 말이다. 힘들고 고독한 시간을 견디고 경기에 임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선수들이 진정한 승리자이길 바란다.

진명 스님 경기도 시흥 법련사 주지 jm883@hanmail.net
 

[1429호 / 2018년 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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