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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수행 황정희-상

기자명 법보신문

▲ 52, 월명인

 

부산이 고향인 나는 어릴 때부터 집안 자체가 불교를 믿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를 따라 절에 가는 것이 익숙했고 20대에는 어머니와 함께 때론 혼자 범어사 청련암에 곧잘 올라가 지장기도를 했다. 결혼 후 남편과 함께 강원도 홍천으로 이사하면서 범어사를 다니기가 힘들어졌다. 무엇보다 강원도 지역은 생각보다 신행 분위기가 부산 같지 않았다. 법복을 입고 집 밖을 나서면 괜스레 위축되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절에 다니는지 묻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찾아간 도량이 봉정암이었다. 봉정암은 혼자서도 다닐 수 있었다. 2~3개월마다 한 차례 봉정암을 오르면 향내음과 염불소리가 쟁쟁하게 가슴 속에 남아 든든한 힘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너무 혼자 기도를 하다 보니 나 자신이 틀 속에 갇히는 느낌이 들었다.

‘동련’ 수업 듣다 포교사도 도전
절 수행 검색 중 성철 스님 만나
내 인연 만들겠다는 절실함으로
육성 대참회문과 함께 하루 마감

좀 더 밖으로 나가보자는 발원으로 용기를 내 시작한 것이 동련에서 운영하는 대한불교교사대학 등록이었다. 대한불교교사대학은 어린이 포교를 위한 지도자가 되는 1년의 교육과정이다. 이곳에서 공부한 뒤 인연이 닿는 사찰이나 불교단체가 있으면 그곳에서 포교하고 봉사해도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마침 내가 대한불교교사대학을 수료할 시기에는 수료자들에게 조계종 인가 포교사고시에도 응시할 기회가 주어졌다. 얼떨결에 포교사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었다. 교육을 수료하고 자격증도 갖추었지만 삶의 큰 변화는 없었다. 원력의 부족일까, 신심이 약해서일까….

그렇게 몇 년이 지났다. 점점 길어지는 밤, 날씨는 본격적인 겨울로 직행하는 데 나만 우두커니 지난 계절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 들었다. 봉정암 스님께서는 항상 법회가 시작되기 전 절 수행에 대해 설명을 해 주셨다. 그날따라 차근차근 이어지는 스님의 설명이 쏙쏙 귀에 들어왔다. 종교를 떠나 운동에도 좋다고 하니 일거양득이라는 말씀이 집에 와서도 귓가에 맴돌았다.

2017년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반복되는 일상을 핑계 삼아 미루고 미루었던 절 수행이 번개처럼 가슴에 꽂혔다. 이 해가 끝나기 전 시작해야겠다는 다급함이 사무쳤다. 한 번 하더라도 정석에서 벗어나는 수행은 결코 원치 않았다. 절하는 법, 절하는 자세, 절할 때의 호흡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며 여기저기 헤집듯이 찾다가 ‘아비라’ 다음카페를 발견했다. 그리고 눈이 번쩍 뜨이는 단어가 보였다. 성철 큰스님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한결 같이 스님의 법향 속에서 수행을 이어가는 도량이 바로 해인사 백련암이라는 사실도 알게됐다. 컴퓨터를 켜고 시작한 인터넷 검색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여기까지 찾아왔으니 더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아비라 카페를 통해, 그리고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면서 늘 말로만 듣고 지나쳤던 성철 큰스님의 가르침이 바로 3000배, 아비라 기도, 능엄주 독송 수행에 오롯이 녹아 있음을 알게 됐다.

나무에 걸려있던 까칠한 냉기가 가슴속으로 싸리하게 흐르는 듯했다. 스스로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우연을 가장한 인연이라고 해도 그것을 꼭 나의 인연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절실함은 싸리 했던 가슴속을 화산폭발 직전으로 만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많은 사찰에서 읽히는 예불 참회문을 보며 108배를 했다. 그러다가 성철 스님의 육성 대참회문을 발견했다. 아비라 카페 회원들이 모두 절을 할 때 하는 기도문이 따로 있는 것 같지만 처음에는 그 소리 자체를 알아듣지 못했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니 아비라 카페 회원들이 하는 그 기도문이 바로 성철 스님의 육성 대참회문과 같았다. 얼른 대참회문과 능엄주 자료를 출력해 파일에 장착시켰다. 거의 매일 삼배와 천수경, 다라니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습관이 있었던 터라 기도 시각을 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설레고 기대됐다. 드디어 오롯이 나만의 공간인 기도방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숨 고르기를 하고 파일을 펼쳤다. 2017년 12월7일, 본격적으로 일과 수행을 시작했다.

[1429호 / 2018년 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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