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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근대 불교사에 큰 족적 이기영

기자명 이병두

원효연구의 대가, 청년포교의 대가였다

▲ 1967년 7월5일 부산대 초청 사상강연회를 마치고 기념 촬영하고 있는 이기영 박사. 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불연 이기영.

1922년 황해도 봉산에서 태어나 1944년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사학과를 수료한 불연 이기영(不然 李箕永)은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일제의 학병으로 징용되어 참전하는 고통을 겪었다. 1954년 유학을 떠나 벨기에 루뱅(Louvain) 대학에서 서양사를 전공하다가 불교학으로 바꾸어 불교 서지학의 대가인 라모트(E. Lamotte)의 지도를 받아 ‘불교의 참회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불련에 대해 열정적 포교
지금도 ‘아버지’로 존경받아
원효사상 출판 학당 개설해
원효의 대가라는 애칭 붙어

1960년 3월 귀국한 불연은 여러 대학의 강의뿐 아니라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달려가 강의를 했다. 1963년 ‘대불청’ 초청으로 조계사에서 ‘대승기신론’ 연속 강좌를 할 때 수 많은 인파가 몰렸고 우연히 이 강좌를 들은 인연으로 줄곧 ‘불연의 제자’임을 자부하면서 진실한 불자의 길을 이어가는 이들도 많다. 이 강좌와 1967년 ‘원효사상’ 출판, 1970년대 원효학당 개설로 불연에게는 ‘원효의 대가’라는 예칭(譽稱)이 붙었다.

그는 치열한 학문연구에 대한 열정 못지않게 불교, 특히 한국의 원효를 제대로 조명하여 알리는 일과 젊은이들을 위한 포교 열정도 넘쳤다. 위 사진은 1967년 7월 부산대 초청 사상 강연회를 마치고 청중들과 함께 찍은 것인데, 청년들의 의식을 깨워 불교를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와 원력이 컸던 그가 이런 특강을 한 대학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1964년 1월1일 ‘대한불교’(현 불교신문)에 실린 ‘불교청년운동의 회고와 전망’에서 불연은 “우리가 할 일은 논쟁이 아니라 참되게 사는 것을 지켜야 한다”며 ‘겉멋만 든 불자’가 될까봐 경계하면서도 대불련 창립에서 “학생들의 젊은 기백과 구도 의욕이 나를 사로잡고 말았다”는 감동과 함께 “마음속으로 옛 화랑의 기대를 본받는 쾌심을 간직하고 있다”는 격려와 희망을 아끼지 않는다.

기득권 세력의 배타성 등으로 귀국 이후 대학의 전임교수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던 불연은 동국대 총장 백성욱의 노력으로 1964년 동국대의 전임이 되고 이듬해에는 인도철학과 창설의 주역이 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불연은 전임이 되어 강의와 연구에 바쁜 가운데서도 젊은이들을 위한 일이라면 언제나 앞장섰다. 그래서 평생의 도반인 혜안 서경수, 광덕 스님 등과 함께 대불련 학생들을 지도할 때 그의 보살핌을 받은 학생들 중에는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불연을 아버지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동국대와 불연은 선연으로만 이어지지 않아서 과거 가톨릭 신자였던 점을 들어 그를 배척하는 일이 벌어졌고 그 후유증으로 여러 해 동안 동국대를 떠나는 악연도 있었다. 다행히 1974년 동국대로 복직한 뒤에는 한국불교연구원을 창립, 정기 불교강좌를 개설하여 젊은 지식인들에게 감로수를 마실 수 있게 해주었고 ‘한국의 사찰’ 시리즈를 발간하여 한국불교문화의 진수를 대중에게 제대로 전하는 일을 선도하기도 하였다.

불연은 1978년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3부장과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편찬부장을 맡아 사전 편찬을 이끌었으며 내부 반발을 설득, 무마해 프랑스 소르본느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던 호진 스님을 편찬위원으로 초빙하고 거처까지 마련하여 스님이 국내에 연착륙할 수 있게 한 공덕도 잊을 수 없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29호 / 2018년 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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