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7일 동안거 해제법어
“안거 돌아보고 정진해야”
진제 스님은 2월28일 발표한 해제법어에서 “혹한의 삼동구순동안 세간과 단절하고 산문을 폐쇄, 정진하고 정진한 것은 오직 자신의 본성을 밝히기 위해서였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스님은 “해제일이 도래해 결제 때 가졌던 결연한 의지로 정진했다면 눈 밝은 안목자가 출현해 대장부의 활개를 쳐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삼동의 안거를 돌아보고 점검해 견성에 대한 각오를 다져 각자의 본참화두를 참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스님은 이어 “수행자는 번뇌 망상이 팥죽 끓듯이 일어날 때마다 화두를 챙기고 의심하는 백절불굴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며 “그래야 화두가 순일해지고 마침내 마음의 고향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또 “털끝만큼이라도 다른 생각이 있거나 게으른 생각이 있으면 화두는 벌써 십만 팔 천리 밖으로 달아나 버린다”며 “그러니 모든 반연은 끊고 시비장단은 모두 내려놓으며, 견성하고 말겠다는 확고한 대신심과 불타는 대용맹심을 내어, 번뇌와 망상이 들어올 틈이 없도록 혼신의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선원수좌회가 정진대중 현황을 정리한 ‘정유년 동안거 선사방함록’에 따르면 이번 동안거에는 전국 94개 선원(총림 8곳, 비구선원 57곳, 비구니선원 29곳)에서 총 2032명(총림 286명, 비구 1108명, 비구니 638명)의 대중이 정진한 것으로 집계됐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다음은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 해제 법어 전문.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예하 정유년 동안거 해제법어 〔상당(上堂)하시어 주장자를 들어 대중에게 보이시고,〕 一條拄杖橫靑天<일조주장횡청천>하니 한 막대기 주장자가 푸른 하늘을 비끼니 금일은 정유년 동안거(冬安居) 해제일(解制日)입니다. 금일 해제일이 도래하여 결제 때 가졌던 결연(決然)한 의지로 정진하였다면, 눈 밝은 안목자(眼目者)가 출현해서 대장부의 활개를 쳐야 할 것이나, 파도에 백번 밀려나도 다시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돛단배가 마침내 순풍을 만나 신대륙에 화두(話頭)가 있는 이는 각자의 화두를 챙기되, 화두가 없는 이는 화두를 챙길 때는 아주 또렷하게 화두의 의심을 지어가야만 가지가지의 생각이 침범하지 못하고 혼침(昏沈)도 달아나 버립니다. 만약 털끝만큼이라도 다른 생각이 있거나 게으른 생각이 있으면 화두는 벌써 십만 팔 천리 밖으로 달아나 버리고 과거의 습기(習氣)로 인한 다른 생각이 마음 가운데 자리 잡고서 주인노릇을 하고 있게 됩니다. 그러니 모든 반연(攀緣)은 끊고 시비장단(是非長短)은 모두 내려놓고, 견성하고 말겠다는 확고한 대신심(大信心)과 불타는 대용맹심(大勇猛心)을 내어, 간절하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각자의 화두를 챙기고 의심하여, 번뇌와 망상이 들어올 틈이 없도록 혼신의 노력을 쏟아야 합니다. 그렇게 정성껏 잡도리하다 보면 문득 참의심이 발동하게 됩니다. 그때는 보는 것도 잊어버리고 듣는 것도 잊어버리고, 시냇물이 끊어지지 않고 흐르는 것처럼 일주일이고 한 달이고 일 년이고 지속되다가, 홀연히 보는 찰나에 듣는 찰나에 화두가 박살나게 되고, 억겁다생(億劫多生)에 지은 업(業)이 빙소와해(氷消瓦解)되어, 몰록 마음의 고향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중국의 당나라 시대에 위산선사는 천오백 대중을 지도하는 총림(叢林)의 방장(方丈)이셨습니다. 일일(一日)에 앙산(仰山) 스님이 불법사태를 만나서 머리를 기르고 속복(俗服)을 입고 찾아와서 예를 올리니, 위산선사가 물으셨다. “깊은 우물에 떨어져 밧줄을 의지하지 않고 어떻게 나오려는고?” 하니, 위산선사께서 이 부처님 법(法)은 형색이야 어떻든 간에 오직 바른 진리의 안목(眼目)을 갖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 후 앙산스님은 위산선사의 제자가 되어 15년간 모시고 또한 일일(一日)에 임제스님의 법제자인 삼성(三聖) 스님이 위산 선사의 회상에서 지내게 되었다. 하루는 앙산 혜적(仰山慧寂)스님께서 삼성스님에게 물으시되, “혜적은 내 이름일세.” 이처럼 삼성스님이 삼년간 일여(一如)하게 정진을 잘 지어갔는데, 하루는 위산선사께서 시자(侍者)를 시켜 물어보셨다. 시자가 삼성스님의 문 앞에 이르러 조그마한 막대기를 들어 보이면서, 시자가 돌아가서 위산 도인께 아뢰니 위산 도인께서, 하시니, 시자가 삼성스님의 문 앞에 가서 다시 조그마한 막대기를 들어 보이면서, 시자가 돌아가서 위산 도인께 아뢰니 크게 좋아하셨다. “시자야, 주장자와 불자(拂子)를 가져오너라.” “저의 스승은 있습니다.” “임제(臨濟) 선사입니다.” 또한 설봉스님의 법을 이은 운문선사는 일찍이 출가하여 견성하겠다는 확고한 신심과 각오로 참선수행에 몰두하였다. 당시의 선지식인 목주선사를 참례하고는 팔부(八部)의 안목(眼目)이 열렸고, 설봉스님의 회상(會上)에서 일대사(一大事)를 해결하여 인가(認可)를 받고 법(法)을 잇게 되었다. 그 후 운문선사의 법이 중국전체에 널리 펴져서 선사의 법제자가 20명에 이르니, 운문종파를 이루게 되고 선사의 선법(禪法)이 널리 융성하였다. 세월이 흘러 운문(雲門) 선사께서 세연(世緣)이 다해가니 제자들을 모아 놓고, 이 세 가지 법문을 물으셨다. 어떠한 것이 부처님의 진리의 도(道)인가? 어떠한 것이 취모검(吹毛劍)인가? 이에 운문 선사께서 이 답처(答處)를 듣고 매우 기뻐하시며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열반(涅槃)에 든 후, 너희들은 기일(忌日)에 제사상에다 갖가지 음식을 차리지 말고 시회대중(時會大衆)이여! 필경(畢竟)에 진리의 일구(一句)는 어떠한가? 주고 빼앗는 자재의 기봉을 갖춘 이가 몇몇이나 될꼬
[주장자로 법상(法床)을 한 번 치고 하좌(下座) 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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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0호 / 2018년 3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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