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인총림 해인사 방장 원각 스님 동안거 해제 법어

기자명 법보신문
  • 교계
  • 입력 2018.03.02 09:35
  • 수정 2018.03.02 09:36
  • 댓글 0

 
일미선(一味禪)에도 묶이지 말고 오미선(五味禪)에도 묶이지 말라.

귀종지상(歸宗智常)선사에게 젊은 납자가 해제인사를 오니 물었습니다.
“어디로 가는가?”
“여러 지방으로 오미선(五味禪)을 배우려 갑니다.”
“제방(諸方)에는 오미선이 있고 총림에는 일미선이 있다.
일미선(一味禪)은 제대로 익혔느냐?”
“총림의 일미선은 어떤 것입니까?”

당나라 귀종선사는 마조도일(馬祖道一)의 법을 이었으며 강서성 여산(廬山) 귀종사를 중심으로 선법을 펼쳤습니다. 해제를 앞두고 귀종선사께 어떤 젊은 납승이 찾아와 일미선과 오미선에 대한 문답을 주고받았습니다. 일미선은 목적지를 곧장 가르키는 것이요. 오미선은 목적지에 가기 위한 경유지를 함께 안내하는 가르침입니다. 그래서 일미선은 직절지(直截智)요 오미선은 방편지(方便智) 입니다. 또 중생을 이롭게 함에 ‘법도가 제대로 서 있는’ 일미선을 때에 따라 적절하게 방편을 사용하는 것이 오미선이라 하겠습니다. 따라서 일미선이 없는 오미선은 삿된 도가 되는 것입니다. 일미선을 통해 오미선으로 들어가야 자신과 타인을 모두 이익 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으로 여러 가지 모양의 물건을 만들더라도 그 물건은 모두 금인 것처럼 설사 일미선이 모양을 바꾸면서 오미선이 된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일미선과 결코 다른 것이 아닙니다.
모든 법은 동일한 본체이지만 교묘(巧妙)한 여러 가지 상(相)들이 모여 차별된 모습을 만들 뿐입니다. 따라서 하나에 일체가 구비되어 있으므로 일체는 다시 하나를 이룹니다.
일미선을 통해 오미선을 성취하고 오미선을 통해 일미선으로 회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미선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오미선도 필요한 법입니다. 일미선에 집착하면 일미선에 묶이고 오미선에 집착하면 오미선에 묶입니다. 그렇다고 일미선 없이 오미선에만 집착한다면 이것은 방편망어(方便妄語)가 되고 말 것입니다. 또 반대로 일미선에 집착한다면 그 일미선마저 제대로 펼 수 없게 됩니다. 이를 두고서 당나라 장사경잠(長沙景岑)선사는 “내가 만약 일방적으로 근본적인 가르침만 들어 보인다면 법당 앞의 풀은 한 길 높이로 자랄 것이다.”라고 한 것입니다. 즉 오미선 없이 일미선만 있다면 배우려고 오가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결국 법당 앞까지 풀이 무성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송나라 임제종 장령수탁(長靈守卓)선사는 “법에 따라 험준한 종지만 행한다면 법당 앞에 풀이 한 길 높이로 자랄 터이니, 이제 어쩔 수 없이 항아리 파편으로 벼루를 만들어 팔듯이 하여 노파심을 친절하게 모두에게 베풀어 그대들이 본분의 곡조에 화답하도록 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일미선은 결제요 오미선은 해제입니다. 왜냐하면 결제 때 닦은 일미선으로 해제 때 오미선으로 회향하기 때문입니다. 만행이란 오미선을 통하여 일미선으로 들어가는 일이요, 또 일미선을 오미선에 회향하는 일입니다. 그리하여 일미선이 곧 오미선인 도리를 알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일미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귀종일미여연고(歸宗一味如蓮苦)하니.
차과총림기후생(蹉過叢林幾後生)고?
환유불차과자마(還有不蹉過者麽)아?
시출래토로소식(試出來吐露消息)하라.

귀종의 일미선은 황련과 같이 쓴 맛인지라.
총림의 후학들이 지나친 것이 얼마이던고?
그렇다면 이제 지나치지 않을 자가 있는가?
만약 있다면 앞으로 나와서 소식을 말해보라.
 

 

[1430호 / 2018년 3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