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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잘렸다고 희망까지 잘릴 순 없죠”

  • 상생
  • 입력 2018.03.02 20:08
  • 수정 2018.03.02 21:01
  • 댓글 2

조계사·화계사·법보신문 이주민돕기 공동캠페인

▲ 평택 마하위하라 스리랑카사원 주지 담마끼티 스님이 병원을 찾아 시아씨의 쾌유를 발원했다.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시아씨
추위에 언 발 녹이려다 화상
프레스기에 왼 손가락 절단도
부모와 형의 가족까지 부양
어려운 상황 속 통역 봉사도

스리랑카 노동자 시아(37)씨는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절단했다. 지난 해 겨울 불어 닥친 한파에 얼어붙은 몸을 녹이려 난로를 쪼이다 화상을 입은 탓이었다. 한국에 온지 10년이 넘었지만 갈수록 추워지는 겨울날씨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그날도 너무 추워 잠도 제대로 못자고 일어났다. 출근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라 몸을 데우려 난로에 꽁꽁 언 발을 갖다 대었다. 동상을 입었는지 감각이 없는 발을 장시간 대고 있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나갈 채비를 하려 몸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발이 말을 듣지 않았다. 불길한 느낌에 양말을 벗었다. 잠시 눈을 의심했다.

‘분명히 발에는 아무 감각이 없는데…. 내 발에 무슨 일이 벌어진거지?’

오른 발등 위로 하얀 물집이 거즈를 덮은 것처럼 퍼져있었다. 화상전문 병원으로 바로 갔으면 발가락을 건사할 수 있었을 텐데 평소 지병이었던 당뇨병으로 인해 발가락이 죽었다고 착각해 일반 병원에서 잘못된 치료를 받았다. 화상전문 병원으로 부랴부랴 달려갔지만 엄지발가락은 이미 죽어 있었다.

“갈색 피부 위에 잡힌 물집이 점점 더 부풀어 올라 징그러웠습니다. 정상적이었다면 엄청난 고통을 느꼈어야 하지만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현실이 더욱 혼란스러웠습니다. 발등의 피부는 허벅지 살을 떼어다가 붙였지만 잘린 발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합니다.”

하루 1끼밖에 먹지 못하는 생활을 벗어나고자 한국에 왔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료품 가게에서 어려서부터 일을 했다. 어려운 생활이었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때부터 이어져온 불교에 대한 믿음은 그에게 ‘수닷타 장자’를 인생의 롤모델로 삼게했다. 어릴적부터 사찰에 나가 불공을 드리며 ‘장사로 돈을 벌면 어려운 이웃과 나누고 승가를 외호하는 데 써야겠다’고 발원했다. 신심 깊은 불자인 그에게 한국은 불교문화가 살아있는 나라라는 생각에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생활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공장에서는 한국말을 못하고 검은 피부를 가진 외국인 노동자들을 짐승처럼 부렸다. 화장품 박스를 만드는 공장에서 박스를 만들고 50kg 단위로 묶어 콘테이너로 옮겼다. 하루에 수십번 그렇게 일을 하고나면 온몸은 녹초가 됐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 너무나 고통스러웠지만 고향의 부모님과 조카들을 부양하려면 쉴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사장은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공장을 다른 이에게 팔아버렸고 시아씨는 10개월 이상 밀린 월급을 받지 못하고 쫓겨나고 말았다.

그 다음에는 유압 싱크대를 만드는 프레스 공장에서 일했다. 이곳에서 그는 왼손 중지를 잃었다. 안전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프레스 기계에 손이 끼어 잘렸던 것이다. 3개월 입원 후 통원치료를 했지만 왼손을 거의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 스리랑카에 있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병원진료를 받으러 가던 길에 마주오던 음주운전 차량과 충돌해 아버지만 빼고 차 안의 가족 모두 사망했다. 사고로 아버지 역시 무릎에 이상이 생겨 더 이상 가게를 꾸려나가기 어려워졌다.

“손이 잘렸다는 말은 가족에게 차마 하지 못하고 생활비를 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만 이야기했습니다. 나까지 쓰러지면 가족도 무너지겠다는 생각에 빨리 건강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희망을 잃지 않고 생활하며 그는 한국에 온 이주민들을 돕기 시작했다. 한국에 와서 가장 잘한 일로 한국말을 배웠던 것을 꼽으며 자신처럼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아픈 노동자들을 위해 통역을 자처했다. 절망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주변을 돌보는 것을 기쁨으로 삼았던 시아씨가 이제는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입원 및 치료비로 내야할 돈이 1000만원. 미래의 수닷타 장자를 꿈꾸는 시아씨에게 불자들의 자비 온정이 절실하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0

청주=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430호 / 2018년 3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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