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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 스님 ‘수처작주 입처개진’ 법문[br]한국 선 이끈 성철 스님 강설로 듣다

  • 불서
  • 입력 2018.03.05 15:22
  • 수정 2018.03.05 15:26
  • 댓글 2

성철 스님 임제록 평석’ / 원택 스님 정리 / 장경각

▲ ‘성철 스님 임제록 평석’
‘선어록의 왕’으로 평가받는 ‘임제록’은 선불교 역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임제 스님의 사상과 가르침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임제 스님 가르침의 요체는 한 마디로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고 할 수 있다. “어디를 가든지 그곳에서 주인이 되면 서 있는 그곳이 진리가 되리라”는 말이다. 스님은 이를 위해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고 했다. 깨달음에 방해가 된다면 일체의 권위를 인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그의 가르침은 선의 정신을 드러내는데 거침이 없다.

‘임제록’은 서문(序文), 상당(上堂), 시중(示衆) 감변(勘辯), 행록(行錄), 탑기(塔記) 순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상당은 ‘임제록’의 핵심이다. 그래서 성철 스님도 후학들을 위해 ‘임제록’ 강설을 시작한 이래 몸이 불편해 더 이상 강의가 힘든 상황에 이르렀음에도 ‘상당’까지는 완벽하게 강설을 강행해 마쳤던 것이다.

‘성철 스님의 임제록 평석’은 해인총림 방장으로 주석하던 성철 스님이 1974년 하안거에서 1975년 하안거까지 매 보름마다 ‘임제록’을 평석·강설한 법문을 보완했다. 당시 스님이 ‘임제록’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마방의 서’ ‘상당법문’ ‘시중’의 앞부분까지 평석하다 중단한 것을, 제자 원택 스님이 봉암사 결사 70주년이자 해인총림 백일법문 50주년에 즈음해 뒷부분 번역을 더해 한 권 책으로 엮었다.

성철 스님이 비록 건강상 이유로 끝까지 강설하지 못했음에도, ‘임제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서문과 상당을 완벽하게 해설했기에 그 가치가 적지 않다. 이미 알려졌듯이 ‘임제록’의 주인공 임제 스님은 선종의 중심인 임제종의 시조로 달마대사로부터 이어온 법맥을 잇고, 동아시아 선종의 황금시대를 연 인물이다. 그 임제의 선맥을 이은 한국 선불교를 대중에게 각인시키고, ‘돈오돈수’의 가르침으로 선풍을 바로 세웠던 성철 스님이 설한 ‘임제록’을 원택 스님이 후반부 번역을 마쳐 완성한 책은 기존 ‘임제록’과 다른 몇 가지 특징을 지녔다.

성철 스님은 먼저 ‘스스로의 힘으로 스스로를 제도한다’는 자성자도(自性自度)와 ‘절대로 화두를 설명하지 않는다’는 불설파(不說破)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선종의 두 가지 원칙을 지키면서도 ‘임제록’의 역사적·문화적·사상적 배경을 누구보다 자세히 밝히고 있다. 또 ‘임제록’을 문자적 지식을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고 깨달음의 징검다리, 혹은 깨달음에 이르는 이정표로 삼기 위해 평석했다는 점이다.

▲ 성철 스님이 서문, 상당, 시중 앞부분까지 강설한 ‘임제록’ 평석이 출간됐다. 스님의 강설을 옆에서 듣는 듯 접할 수 있다.

원택 스님은 이와 함께 “전체를 다 강설하지 않았음에도 마지막 부분에 당신의 총평을 싣는 등 학자가 아닌 선사로써 선에 대한 안목과 관점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며 “단순히 ‘임제록’ 해설을 읽고 내용을 이해한다는 심정으로만 보지 말고, 마치 스승을 옆에 모시고 있듯이 책을 대하고 책 속 가르침에 따라 수행한다면 선과 선종, 그리고 선학에 대한 관점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제 스님의 가르침을 담은 ‘임제록’의 골수를 전하고자 한 성철 스님의 정성과, 스승의 가르침을 늦게나마 세상에 내놓고자 노력한 제자 원택 스님의 원력이 빚은 책을 통해 분별과 망상을 끊어내기 위한 임제 스님의 할을 만날 수 있다. 2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30호 / 2018년 3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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