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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인연과 가피 담아낸 봉정암 순례길

  • 불서
  • 입력 2018.03.05 15:27
  • 수정 2018.03.0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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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봉정암 가는 길’ / 이규만 지음 / 참글세상

▲ ‘설악산 봉정암 가는 길’
오래전 함석지붕을 걷어내고 청기와 올리기를 함께했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등짐으로 기와를 비롯해 시멘트와 자재들을 옮기는 모습에 환희심이 절로 솟았고, 절을 찾는 불자들이 늘어가는 모습에 힘든 줄 모르고 불사에 참여했던 곳. 그래서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설악산 봉정암과 인연을 맺은 지 30년이 지났다. 불서를 전문으로 출판하는 불교시대사 이규만 사장은 젊은 시절 봉정암을 찾았다가 그날로 짐을 풀고 7년이나 머물렀다. 이후 세속으로 돌아와서는 문서포교로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으면서도, 문득 그리워지면 1년에 몇 번이고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에도 참배할 때마다 새롭고 감정도 달랐다. 수없이 오르내리면서 나무 하나 돌멩이 하나 헛되이 보지 않았고, 물소리 노래삼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거닐던 산길이기에 그랬다.

‘설악산 봉정암 가는 길’은 그렇게 눈 감고도 선명하게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설악산과 백담사, 그리고 봉정암에 이르는 길과 사계를 기록한 봉정암 안내서다. 저자가 책을 펴낸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젊은 시절 7년을 보낸 제2의 고향 같은 곳이자, 당시만 해도 완쾌를 장담할 수 없던 결핵을 완치한 가피를 직접 체험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주는 기도 성지’라고 부제를 붙였다.

▲ 진신사리탑에서 내려다 본 봉정암 전경은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달마봉 바위 밑에 자리한 새로 지은 법당 ‘적멸보궁’이 한 폭의 그림 같다.

봉정암 가는 길은 ‘순례의 길’로 불릴 만큼 녹록치 않은 여정이다. 하지만 저자의 안내를 따라 천천히 오르다보면 순례의 험난함 대신, 설레임과 경외의 감정으로 채워진다. 저자는 그 설레임과 경외의 감정을 추슬러 그곳의 봄·여름·가을·겨울을 글과 사진으로 옮겼다. 저자가 안내하는 대로 백담사에서 출발해 수렴동, 구곡담을 거쳐 봉정암에 발을 딛기까지 계절마다 다른 아름다움을 뽐내는 설악의 풍광을 즐기면서 부처님을 만나러 가는 길은 지금까지 홀로 숨 고르며 오르던 그 길과는 사뭇 다르다.

그 길에서 만해 스님의 ‘님의 침묵’ 한 소절을 따라 읊고, 맑고 투명한 연화담과 만수담의 물빛도 감상해 볼 수 있다. 또한 황장폭포와 쌍룡폭포가 쏟아내는 하얀 물줄기에 감탄하고, 붉은 단풍과 하얀 눈으로 치장하는 설악의 기암괴석도 둘러보는 여유를 찾을 수 있다. 그렇게 쉬엄쉬엄 올라가다보면 어느 새 적멸보궁이 눈앞에 나타난다.

주소지 적힌 종이 한 장 들고 찾아가는 길은 때로 힘겹고 두렵기까지 하다. 하지만 초행길이라도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된 내비게이션 안내를 받으면 마음의 여유를 갖고 즐길 수 있다. ‘설악산 봉정암 가는 길’은 지금 내가 선 곳이 어디쯤이고, 그 다음엔 어떤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부처님 곁으로 가도록 안내하는 최신 버전의 이정표다. 그렇게 소원을 품고 떠나 긴 여정을 마칠 때쯤이면, 가피 입은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1만2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30호 / 2018년 3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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