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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향초(茶半香初)

위계에 위한 성폭행의 본질구독신청

미투운동을 통해 드러난 진보의 모습이 추악하기만 하다. 문학과 연극과 영화, 정치를 통해 보여줬던 약자에 대한 눈물, 정의로운 말과 행동이 위선과 거짓말이 돼 버렸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됐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사건은 놀랍기만 하다. 앞에서는 인권과 양성평등을 외치면서, 뒤로는 여성 비서를 수시로 성폭행한 그의 범죄행위에 환멸이 인다.

미투운동을 통해 드러난 성폭력의 본질 중 하나는 권력에 의한 범죄라는 점이다. 가해자가 남성이지만,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결국 남성이 권력을 잡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그래서 남성을 제거하고 나면, 모두 위계에 의한 범죄들이다.

불교계에도 과거 큰 스님들의 법문에 여성을 성추행의 대상으로 삼거나 비하하는 일이 많았다. 성적농담을 ‘육두법문’이라 칭하며 오히려 깨달은 선지식의 무애행으로 포장했다. 피해를 당했을 여성에 대한 배려는 철저히 무시됐다. 큰스님이라는 권위와 불교라는 폐쇄적 틀 속에서 벌어진 잘못된 행위들이다.

사실 성폭력 범죄나 부패는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의 문제는 아니다. 인격과 품성의 문제다. 과거 진보가 보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덕적으로 보였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진보를 자처했기에 정의롭고, 보수를 지향했기에 부패했을 거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진보를 자처하며 조계종 개혁을 핏대 높여 외쳤던 사람들이 성추행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특정 스님의 범죄 행위에 침묵하고, 앞에서 갑질청산을 외치면서 뒤로는 갑질교수를 변론하는 아이러니도 이해가 된다. 다반향초(茶半香初)라는 말이 있다. 차는 절반을 마셔도 향은 처음과 같다는 말이다. 녹차가 끝까지 같은 향을 유지하듯이, 우리는 스스로의 삶이 한결같은지 수시로 돌아봐야 한다. 혹시라도 주어질 작은 권력에 취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미투운동이 그리고 다반향초라는 경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31호 / 2018년 3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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