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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 화백과 적폐청산

  • 기자칼럼
  • 입력 2018.03.12 13:53
  • 수정 2018.07.02 14:05
  • 댓글 5

명진 스님을 징계했다고 불교계를 적폐 취급했던 당사자가 성폭력 논란으로 공개사과했다. 시사만화계 거장이었던 박재동 화백 이야기다.

박 화백은 웹툰작가 이태경씨의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지 이틀 만에 “여성의 입장에서 잘못된 저를 찾을 수 있었다”며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앞서 이씨는 SBS ‘8시 뉴스’에서 2011년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는 자리에서 성폭력이 벌어졌다고 폭로했다. 허벅지를 쓰다듬던 손이 치마 아래로 다리 사이로 들어왔다고 했다. 남편이랑 성행위를 해봤냐는 질문, 맛있게 생겼다고 생각했다는 말도 들어야 했다. 주례해주면 호텔에서 춤 한 번 춰줄 수 있겠냐는 말까지 나왔다.

박 화백은 지난해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수업시간에 “여자는 보통 비유하기를 꽃이나 과일이랑 비슷한 면이 있다. 상큼하고 먹음직스럽고 그 안에 있는 씨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해 3차례 공개사과했다고 한다.

남성권력중심 사회에서 쌓여온 위계적인 폭력 중 성폭력은 대표적인 ‘적폐’로 꼽힌다. 이를 고발하는 운동이 ‘미투’다. ‘미투’로 박 화백의 민낯이 드러나자 국민적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그동안 그가 그려온 시사만화, 언행을 지지했던 국민 대부분이 배신감을 느꼈다. 이 때문에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 상위권에 이틀 연속 오르기도 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박 화백이 수업시간 중 말실수(?)로 사과했다던 그해, 그가 불교계에 연속 등장하기도 했다. ‘명진 스님 사람들’ 이름으로 승적박탈 철회를 주장하던 2017년 5월 기자회견 자리에 함께했다. 그를 포함해 ‘명진 스님 사람들’은 불교계를 ‘적폐의 온상’처럼 내몰았다. 명진 스님은 소명기회가 4차례나 있었음에도 등원에 응하지 않았다. 각종 언론과 방송 등에 출연해 종단을 비방한 혐의로 징계를 받았다.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후에도 그는 꾸준히 명진 스님과 조우했고, 단식천막에서도 함께였다.
 

▲ 최호승 기자
 

‘적광 스님 후원모임 공동대표’도 맡아 조계사 앞에서 불교의 자자와 포살을 언급했다. 그는 “부처님은 자기비판으로 출가자들을 성장케 했다”며 “고소·고발은 사회적 자자와 포살”이라고 했다. 결혼을 앞둔 여성의 다리 사이로 손을 넣었다던 박 화백, 대학 강단에서 여성을 “상큼하고 먹음직스럽다”고 비유한 그의 입에서 당시 나온 언어가 자자와 포살이다.

날카로운 풍자와 탁월한 비판이 담긴 박 화백의 시사만화는 한때 큰 호응을 얻었다. 타인을 향한 매서운 비판이 스스로에게 한없이 너그러워지는 순간 일그러진 욕망으로 그는 적폐 비판자에서 적폐 대상이 되어버렸다. 이제 박 화백에게 절실한 것은 그의 말대로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고 참회하는 ‘자자와 포살’이다.

time@beopbo.com

 


[1431호 / 2018년 3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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