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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불국사 복원과 박정희

기자명 이병두

3년도 안돼 원형 복원 끝낸 불국사

▲ 1973년 여름 복원공사 완료 후 불국사 경내를 돌아보는 박정희·육영수 부부.

불국사는 중고등학생 시절 수학여행으로, 1980년대 이후 제주도와 그 뒤 해외여행 바람이 불기 전까지는 신혼부부들이 가장 많이 찾은 곳이기도 하다. 이때 어렴풋이 담아온 불국사의 이미지가 국민 대부분의 머리에 그대로 남아 있어서, 그것이 ‘불국사의 본래 모습'일 것이라고 믿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불국사는 신라시대에 처음 세워진 이래 1000년 세월을 거치며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정부가 1969년 복원위 구성
재벌 헌납으로 경비 마련해
빈터에 무설전·회랑 등 복원
관심보인 박정희 공사후 방문

일제강점기 초기 고적조사보고서 기록을 보면 절 곳곳이 무너져 내리고 또 어느 전각이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1924년 대규모 개보수공사를 하면서 대웅전을 수리하고 다보탑을 해체 보수하였는데, 이때 다보탑 속에 있던 사리장치가 사라지고 졸속으로 공사를 밀어붙여서 숱한 문제점을 남기고 말았다.

1945년 광복이 된 뒤에도 불교계와 정부 모두 불국사에까지 신경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붕괴위험이 있는 석가탑 해체와 복원 등 ‘긴급 보수'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다 1969년 정부에서 불국사 복원위원회를 구성하고 1970년 2월 공사에 착수하여 1973년 6월 복원을 마쳤다. 주춧돌과 빈터만 남아 있던 무설전·관음전·비로전·회랑 등을 이때 복원하였고, 대웅전·극락전·범영루·자하문 등을 새 단장하였다.

3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모든 공사를 마무리하였다고 하니, 완벽한 복원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박정희 정권 시대의 “안 되면 되게 하고, 막힌 곳은 뚫고 나가라”는 식의 이른바 ‘돌관 공사' 방식이 이곳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복원 완료 직후 법정 스님이 정부기관지인 ‘서울신문’(1973. 9. 1.)에 “돌 한 덩이, 서까래 하나까지도 허투루 하지 않고 모두가 과학적인 고증에 의해 거의 원형대로 복원해놓았다고 한다. 원형대로 복원해 놓았다고 하니 지난 천여 년의 허구한 세월이 도리어 무색할 지경이다”라고 써서 우회적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남겼다.

그러나 정부가 불국사를 복원하기로 결정한 뒤 조계종 기관지 대한불교(현 불교신문. 1969. 11. 28.)에서 ‘불국사 복원, 천 년 전 옛 모습으로. 신라의 호국신앙 다시 찾아. 2억원 들여 국내 재벌들의 시주로. 무설전·비로전·관음전 등 천 년 전 장엄한 도량으로’라는 제목의 기사를 써서 크게 보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불교계에서는 감동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에서 보듯이, 복원 경비는 정부 예산이 아니라 재벌들의 헌납으로 마련되었다. (‘시주'라고 하였지만 돈을 내는 입장에서는 ‘대가를 바라는 정치자금'으로 여겼을 수 있다.) 한편 불국사 복원을 ‘호국 신앙'으로 연결하는 것은 당시 불교계 전반의 분위기일 수도 있지만 여전히 혼란 상태에 있던 불교계가 박정희 정권의 뜻이 어디에 있었는지 간파하고 정부에 보내는 ‘우호의 신호'일 수도 있다.

어쨌든 박정희가 불국사 복원에 깊은 관심을 보인 것은 복원 과정 기록을 통해서도 드러나지만, 1973년 공사 완료 후 부인과 함께 흐뭇한 표정으로 불국사 경내를 돌아보는 이 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육영수가 양산으로 햇볕을 가리고 있고 두 사람의 가벼운 옷차림으로 보아 1973년 7~8월 어느 날 찍었을 터인데, 1974년 9월 11일은 부인이 세상을 떠난 뒤 박정희가 유품을 정리한 날짜일 것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31호 / 2018년 3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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