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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사상과 문화 학문적으로 정립[br]차를 통해 평상심이 도임을 밝히다

  • 불서
  • 입력 2018.03.19 16:37
  • 수정 2018.03.2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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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차와 선의 세계’

▲ ‘차와 선의 세계’
정순일지음 / 골든북스
 
금년 2월로 불교학계의 원로인 정순일 교수가 은퇴하였다. 화엄사상, 특히 그 핵심인 성기설(性起說) 연구에 기반하여 불교학 정립에 온 정열을 불살랐던 분을 강단에서 보지 못하게 되었으니 아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화엄사상 핵심인 성기설 연구
기반해 불교학 정립 힘쓴 저자
불교와 차 불가분 관계 눈뜨고
동양사상에 미친 차 영향 조명

최근에는 새로운 문명의 전환점인 4차 산업시대의 도래와 불교의 새로운 도전에 몰두하여 많은 화두를 던져주고 있기도 하다.

이제 백세 시대라고 하니 어쩌면 과학의 힘으로 불멸의 세대에 속해 후학들에게 더욱 많은 귀감을 줄지도 모르겠다.

정 교수는 사실 불교와 원불교의 관계에도 심혈을 쏟았다. 탈불교화 하는 교단 중심을 향해 종교적 일치를 학문으로 외쳤던 것이다. 그 정신을 ‘한국불교사’를 쓴 고(故) 한기두 교수로부터 계승한 것이다. 그 스승의 그 제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최근 은퇴를 앞두고는 ‘성리와 성리선’을 통해 원불교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도 했다. 개혁불교로서의 원불교의 정체성 확립에 큰 돌을 놓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차와 선의 세계’를 간행했다. 차의 세계 또한 정 교수의 불교학의 세계로부터 파생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원광대 대학원 예다학과를 성장시킨 장본인이다. 그리고 예다학연구소를 창립하고, 학문적으로 차의 사상과 문화를 정립해오고 있다.

본 저술은 이러한 그의 역정을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불교와 차는 동아시아문화에서는 불가분의 관계임을 일찍이 눈뜬 것이다. 많은 예다인들이 대학원 복도를 들락날락 하는 것을 보면, 학문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현장을 목격하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의 핵심은 하나다. 선의 최고 경지인 차선일미(茶禪一味, 통일을 기하기 위해 통례화 된 것을 빼고는 茶의 발음을 차로 하고 있다), 평상심이 도인 것을 차를 통해 밝히는 일이다.

그런데 정 교수는 결코 연구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다. 차선철학(茶禪哲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철학을 당의 육우(陸羽)가 쓴 ‘차경(茶經)’으로부터 내세우고 있다.

그 시초를 검(儉)의 철학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차를 불교의 전유물로부터 벗어나 유교와 도교의 사상과 정신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밝히고 있다. 결국 불교로부터 동양사상 전반으로 차의 세계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체험까지도 곁들이고 있다. 진묵대사의 고향인 김제 만경의 불거촌에서 오두막을 짓고 수행을 할 때, ‘대홍포’라는 차를 마시다가 까치 한 마리가 붉은 대추를 노려보는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는 시를 지었다. “우리 집 터줏대감 까치/ 눈 속에 하나 남은 대추를 바라보고 있네.” 그는 그 시를 짓게 된 것을 “눈 덮인 정원에 하나 남은 붉은 대추는 불타는 화두였고, 그것을 노리는 배고픈 까치는 화두를 참구하는 선 수행 그 자체였던 것이다”고 술회한다. 이후로 넘어가는 활구와 사구에 대한 이야기는 직접 읽어야 맛이 난다.

이쯤 되면 불교학자가 늘 갈구하는 실참(實參)의 차원으로도 건너간 셈이다. 그럼에도 목표는 현대인들에게 삶이 수행이며, 수행이 삶이라는 광활한 경지를 열어주기 위함이다. 오늘날 땅에 발붙이지 못하고 해매는 유목민인 현대인들에게는 묵혀진 자신의 불성을 회복하는 데에는 차만한 것이 없으리라.

원영상 원광대 정역원 연구교수

[1432호 / 2018년 3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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