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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수행 고소순-하

기자명 법보신문

▲ 78, 행원심

 

 

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황망함이 컸다. 하지만 ‘금강경’을 쓰면서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였다. 점차 마음도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절에 머물며 무료할 땐 사경
재가동안거 땐 ‘금강경’ 사불
잡념 비우는 사경 적극 권선
노보살 모임 삼생회서 울력도

개인적으로는 주로 매일 오전 10시 전후로 대광명사에 도착한 뒤 법회에 동참한다. 오후 3~4시 즈음 집으로 돌아간다. 절에 머무는 시간 중 무료한 시간이 생기면 언제든 사경을 할 수 있도록 평소 머무는 대광명사 옷 방에는 항상 벼루와 먹을 준비해 놓고 있다.

대광명사 주지 목종 스님은 일체 이런저런 요청을 하시지 않는다. 오히려 오다가다 들리셔서 격려해 주실 때가 많다. “고생합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며 사경하는 모습을 보실 때마다 편안하게 말씀해 주신다.

얼마 전에는 책을 한 권 주고 가셨다. 펼쳐 보니 ‘금강경’을 한 쪽 면에는 사경을 하고 한쪽 면에는 사불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이었다.

덕분에 이번 재가 동안거 기간에는 ‘금강경’ 사경과 사불을 했다. 사불은 ‘금강경’의 한 장면 한 장면이 표현된 변상도에 색을 입히는 수행이었다.

사불은 처음 접하다 보니 어려웠다. 보고 따라할 참고서도 없어서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경전을 쓰고 난 뒤 변상도에 색을 입히기를 이어가면서 ‘금강경’의 가르침이 더욱 선명하게 와 닿아 더없이 감사한 마음이 든다.

많은 불자들이 신행하는 대광명사에 사경반이 결성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한글 사경이 아닌 한문 사경은 젊은 세대의 불자들이 다소 어렵게 생각했다. 몇 차례 시도하고 여론을 들어보니 사경수행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한문 사경은 난해해 한다는 고충을 접하고 혼자 조용히 수행을 이어가고 있다.

주변에서도 사경이 좋다고는 하지만 선뜻 시작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특히 한문 사경은 더욱 멀게만 느끼는 것 같다. 경전을 배우고 사유하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사경은 여러 가지 면에서 신행에 도움이 된다.

첫째 정신이 가다듬어지고 집중이 잘되며, 둘째 한 자 한 자 써내려가면서 정신을 집중하다보면 시간도 잘 가고 잡념도 없어지며 번잡한 생각을 비우게 되는 장점이 있다. 오직 여기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셋째 무엇보다 돌아가신 분을 위해서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사경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참회와 수행, 발원, 회향이 함께 이어진다. 또 붓끝이나 펜 끝, 연필 끝으로 법음을 되살리는 환희심이 들기도 한다.

사경에 도전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얼마든지 도움을 드리고 싶다. 전법과 교화, 지혜를 밝히는 전통적인 수행법이 사경(寫經)이다. 요즘은 사경수행과 관련된 책들도 무척 잘 나온다. 펼치기만 하면 그대로 따라 수행하며 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사경수행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하겠다. 더러는 개인적인 소장을 발원하며 사경을 부탁해오는 경우도 있지만 부탁을 받아서 글을 쓰지는 못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언제 완성된다는 장담을 할 수 없는 탓이다. 다만 한 편의 완성된 경전은 항상 인연이 닿는 분에게 회향하고 있다.

대광명사 노보살 12명의 모임인 삼생회 소속이 되어 도반들과 더불어 신행하며 도량의 크고 작은 울력에 동참하는 시간도 삶의 큰 행복이다. 그 외의 시간에는 나이 들어도 손에서 펜과 책을 놓지 말자는 나 혼자만의 약속을 지키려고 애쓰면서 하다못해 일간지라도 뒤적이며 읽을거리를 대한다. 일주일에 한번 있는 부처님 공부도 아쉽고, 기다려지고, 스님께서 내려주신 ‘금강경’ 사경, 사불의 과제도 모두 끝냈다. 홀가분하다.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내 마음의 수행 과제를 찾아 실행해 보려고 한다. 언제나 이 길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함께할 것이다.

[1432호 / 2018년 3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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