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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는 붓다를 어떻게 봤을까

  • 불서
  • 입력 2018.03.26 13:35
  • 수정 2018.03.26 15:28
  • 댓글 1

‘마하트마 간디의 도덕·정치사상’ / 라가반 이예르 엮음 / 허우성 옮김 / 나남

 
▲ ‘마하트마 간디의 도덕·정치사상’
세계적인 석학 슬라보예 지젝은 간디가 히틀러보다 더 폭력적이라고 했다. 히틀러는 타인의 생명만을 앗아가며 혁명을 이루려 했지만 간디는 자신의 목숨까지 기꺼이 내놓으며 세상을 바꾸려고 했기 때문이란다. 조국의 독립과 민족의 화합을 위해 자기 생명조차 돌보지 않았던 마하트마 간디의 위대함을 찬탄한 지젝의 역설이다.

인도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간디는 20세기 최고 정치가이자 종교인의 한명이다. 그가 없었다면 인도의 독립은 요원했고 종교 갈등도 더욱 처절했으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간디는 힌두교, 이슬람교, 자이나교, 불교,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전통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춘 열린 정신의 소유자였다. 평생 진실한 구도의 길을 걷었기에 수많은 종교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고, 그들에게 바람직한 종교인의 길을 보여주었다.

간디는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하다. 교과서는 물론 위인전에도 곧잘 등장한다. 그렇다고 간디의 진면모를 아는 이들이 그리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 누군가의 시각과 관점을 통해 간디를 이해해왔을 뿐 그가 직접 남긴 글을 접하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인도 정치학자 라가반 이예르가 총 98만 5만여쪽의 ‘간디전집’ 중 가장 핵심적인 글을 선별하고, 허우성 경희대 철학과 교수가 이를 옮긴 ‘마하트마 간디의 도덕·정치사상’(전 3권, 이하 ‘간디선집’)은 간디 사상의 정수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간디가 톨스토이, 타고르, 윈스턴 처칠, 로맹 롤랑, 네루를 비롯한 동시대인들에게 보냈던 편지, 칼럼, 연설문 등이 망라됐다.

여기에는 간디의 붓다관도 잘 나타나있다. 그는 힌두교 신자로 자처하면서도 자신을 이끈 여러 스승의 한 분으로 붓다를 주저 없이 꼽았다. 그에게 붓다는 인도에서 잊힌 인물이 아니라 힌두교도 중의 힌두교도이며, 잡초가 무성하게 우거져 있는 가르침에 새 생명을 준 구도자였다. 간디는 붓다가 바라문교의 신관, 제식주의, 세습적 계급제도 등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아트만이라는 고정불변의 존재까지 부정했던 점에는 주목하지 않았다. 애써 차이보다 공통점에 주목했기 때문이겠지만 그렇더라도 붓다가 진리에 부합하는 삶을 살며 당대의 부조리를 타파하기 위한 힘썼던 위대한 인물이란 간디의 평가는 의미가 크다.

“붓다는 분명히 자신이 살았던 참담한 시대의 개혁가였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속 깊은 진지한 개혁가였고, 그가 자신의 성장과 육신의 고양을 위해서 필수 불가결하다고 여겼던 개혁의 성취를 위해서 어떤 대가나 고통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1925년 5월9일 마하보디협회에서의 연설문 중)

간디는 불교계에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스리랑카, 미얀마, 티베트에 있는 사찰이 무지와 나태에 빠졌음을 비판했고, 고통에 직면한 민중을 구제하려는 것이 붓다의 가르침임을 강조했다. 또 붓다가 동물희생을 그토록 부정적으로 보았음에도 지금 불교인들은 생명들의 비명을 방관하고 부추기고 있다며 붓다에게 바칠 것은 탐욕과 세속적 야망, 여러분 자신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 역사의 조명탄이라는 마하트마 간디, 이 책에서는 이상사회를 향해 끊임없이 고뇌하고 실천하며 진리의 실험을 멈추지 않았던 인도의 위대한 정신을 만날 수 있다. 각권 4만8000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433호 / 2018년 3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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