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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불교 재가연대, 감출 게 그리 많았나

  • 기자칼럼
  • 입력 2018.03.26 20:25
  • 수정 2018.04.13 09:12
  • 댓글 18

[기자칼럼]조장희 기자

▲ 참여불교재가연대 공동대표가 참여한 ‘미투운동을 지지하는 불교시민사회 및 불자 일동’은 3월13일 서울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투를 지지하는 불자들의 위드유’를 선언했다.

3월24일 정기총회 취재거부
특정언론 '아군' 지칭하면서
"비판할 것이 뻔하니 나가라"

불교 NGO 표방하고 있지만 
편가르기·비공개 총회 진행
초심으로 돌아가 자정해야

참여불교 재가연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3월24일 정기총회를 열어 2017년 결산과 2018년 사업계획 및 예산 승인, 상임대표 및 임원 선출 등의 안건을 다룬다고 공지했다. 기자가 현장에 갔을 때는 스무 명 남짓한 인원이 모여 있어 총회 성원이 구성될지 미지수였다. 취재를 위해 총회 장소에 입장하고 얼마되지 않아 관계자가 와서 취재를 불허하니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관계자가 취재를 거부한 요지는 이러했다. “총회에 다른 기자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고 특히 아군인 불교포커스와 불교닷컴도 오지 않았다. 주말까지 빼서 공격하러 온 것이냐. 민감한 자료도 많고 비판할 것이 분명하니 나가달라”는 말이었다.

NGO의 투명성은 정보 및 재정공개에서부터 시작한다. 총회는 회원들과 함께 논의를 하고 단체 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는 자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성원들에게 투명해야 한다. 비판을 받을 것이 있으면 비판을 받고 도움을 청할 것이 있으면 청하면 된다. 종단을 비롯한 불교계에 모진 비판을 해온 재가연대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총회에서 다룰 민감한 자료가 무엇인지, 감출게 뭐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이들에게서는 치부를 들킬 뻔해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무엇보다 재가연대는 그동안 “조계종이 언론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어느 단체보다 앞장서서 규탄해 왔다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은 행보였다. 상대에게는 투명성과 열린 운영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문제에 있어서는 감추고 닫혀있는 것이다. 더욱이 언론사를 두고 아군이니 적군이니 하는 것도 불교 NGO다운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간 재가연대가 보인 모순된 행보는 이번만이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미투’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불교계에서도 ‘미투를 지지하는 불자들의 위드유’를 선언했다. 당시 참석자는 참여불교재가연대가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계종적폐청산연대 회원이 대부분이었다. 이 자리에서 지난 1월 법원이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하면서 사실로 드러난 선학원 법진 이사장의 성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앞으로 누구를 대상으로 ‘미투’ 비판을 벌여나갈지 모르지만 이미 지금까지 행보로 볼 때 형평성과 공정성을 벗어났다고 비판받기에 충분하다. ‘갑질’ 문화 척결을 강도 높게 외쳐왔던 재가연대 공동대표의 ‘갑질교수 변론행위 논란’ 역시 이러한 모순과 맞물려 있다.

현재 재가연대의 행보는 ‘지우책인명(至愚責人明)’이라는 고사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도 남을 나무라는 데는 밝다는 뜻이다. 한때 1500여명에 이르던 재가연대 회원이 지금은 130여명밖에 남아있지 않다. 이는 재가연대의 폐쇄성과 비불자에게까지 불자상을 주는 희박해진 정체성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재가연대는 홈페이지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봉사와 회향의 삶을 지향하는 참사람 공동체. 청정교단의 성취와 민족통일, 인권, 정의, 복지가 실현되는 정토사회의 건설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금 재가연대에 필요한 것은 초심이다. ‘불자들의 모임’이라는 첫 마음으로 돌아가 스스로를 개혁하고 자정하는 것이 신뢰를 되찾는 첫 걸음이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434호 / 2018년 4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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