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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틀담의 곱추

기자명 송미숙
왜 갑자기 〈노틀담의 곱추〉 얘기를 쓰고 싶어졌을까. 그 이유는 이렇다.

6월말에 막 올릴 작품을 연습하고 있는데, 그 작품의 여주인공은 노틀담의 곱추를 마음에 품고 사는 참을 가련한 여인이다. 내 마음의 곱추를 찾아가고 싶다는 그녀의 마지막 대사는 정말 마음을 아프게 할 정도로, 우리 삭막한 현대인들의 심리를 어둡게 그려놓은 작품인 것이다. 남편으로부터 23년간 단 한번의 따뜻한 사랑도 받아보지 못한 여주인공이 아주 비참하고 허탈한 심정으로 다음과 같은 대사를 읊는다.

“내 마음의 곱추? 그런 것이 있나? 그런 것이 있나보지… 그래 사랑아 제발 좀 거기 있어다오.”

얼마나 참되고 순수한 사랑을 갈구 했으면 또 얼마나 사랑없는 가정이 고통스러웠으면, 그런 대사를 뱉었겠는가. 결국 인생을 살다보면 그 나중에 남는 것은‘사랑’이라는 단어가 아닐까 절감하게 되는 장면인 것이다. 그래서 아주 오래간만에 다시 〈노틀담의 곱추〉를 보았던 것이다.

인간의 심리를 잘 그려낸 빅톨 위고의 솜씨도 대단하지만 안소니 퀸, 지나 롤로브리지다의 명연기로 다 보고 나서도 한동안 멍한 상태를 지속시킬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서 나는 두 가지의 생각을 해 보았다.
첫째는 명작이란 이런 것인가 싶게 언제 보아도, 또 몇 번을 보아도, 그 감동이 지워지지 않고 새록새록 깊어만 가는 작품의 품격으로 인해 나 자신의 작품에 대한 연출관에 대해서도 새롭게 재고해 보게 되었다.

인생 살면서 좋은 작품 하나라도 남기면 되지라고 그럴듯하게 말은 하면서도 시간에 쫓겨서 아니면 상황에 끌려다니면서 이렇게 저렇게 작품들을 그저 양산해 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에서 나온 생각인 것이다.

그건 또 어떻게 하면 이토록 사람의 마음에 와 닿는 절절하고 아름다운 얘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하는 고민하고도 맥이 통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두 번째는 비록 몸은 곱추이고 초라하지만 언제 보아도 가슴을 조리게 하는 명장면 - 에스메랄다에게 위험을 무릅쓰고 꽃을 따다 바치고, 에스메랄다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서 여러 개의 종을 한꺼번에 신이 나서 쳐대는 콰지모도의 지고지순한 그 모습 - 때문에 ‘아, 사랑이란 정말 이런 것일까? 맞아. 이런 게 바로 고귀한 사랑이지’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젊은 수사의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사랑과 콰지모도의 맹목적이고 순수한 사랑의 대비로 더욱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사랑이라는 개념이 명료하게 드러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랑…. 우리 현대인들의 어떤 모습에서 찾아질 수 있을까.


나는 현재의 우리는 어떤 작품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 것일까? 어떤 채널을 이용하여 관객들에게 쳐들어가야 완전 함락시킬 수 있을까, 늘상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공연은 여전히 많이 올라가고 있는데 예전처럼 깊은 감동과 여운을 주는 작품들이 적어지고 있다는 우려와 연극계가 자꾸 빈약해가고 부실해져 간다는 주변의 걱정 때문에 더 이런 명작을 보는 마음이 착잡했는지도 모르겠다.

결론은 정말 이 시대의 관객들에게 깊고 진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열과 성을 다해서 만드는 일, 그리고 사랑의 아름다운 씨앗을 도처에 뿌려서 그것들이 열매맺게 만드는 일, 연극만이 줄 수 있는 생생하고 살아 숨쉬는 감동의 현장을 관객들에게 선물하는 일, 그것이 연극이라는 행위를 하고 있는 내가 좀더 노력해서 이루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에스메랄다가 죽으며 남긴 마지막 말‘세상은 아름다워요’, 그건 정말 전율이 나도록 생생하고 멋진 말이 아니든가!


송미숙 /작가,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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