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교계 ‘김기식’은 없나

비판 선결 조건은 떳떳함
잘못된 관행 비판하려면
기 문제에도 엄격해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임명 18일 만에 물러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월16일 김 원장이 19대 의원 임기 만료 직전에 자신의 선거 후원금 중 5000만원을 자기가 회원인 의원 모임에 기부한 행위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직후다. 문재인 대통령이 “하나라도 위법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청와대도 이날 그의 사의를 받아들였다.

김 전 원장은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1994년 참여연대 창립자 중 한 명이었던 그는 사무국장, 정책실장, 사무처장, 정책위원장 등을 거쳐 19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금융권의 저승사자’ ‘재벌의 저격수’로 불리는 인물이 ‘금융권 검찰총장’이라는 금융감독원 수장으로 임명되면서 대기업의 왜곡된 구조와 경제 불평등 문제도 상당히 해소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그가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되면서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지원으로 인턴비서를 대동하고 외유성 해외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게다가 ‘셀프후원’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그는 결국 자진사퇴를 선택해야 했다.

김 전 원장을 두둔하는 측에서는 ‘관행’이라고 항변하는가 하면 여야 국회의원들 해외출장을 전수조사하자는 의견들도 나온다. 김 전 원장 측에서는 크게 억울할 수 있다. 비판의 선봉에 섰던 야당 국회의원들과 언론재벌들 정경유착이 드러나면 ‘똥 묻는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 꼴’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더라도 김 전 원장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김 전 원장이 개혁하려던 것이 ‘잘못된 관행’이었고, 그러한 ‘적폐’를 청산한다는 것이 그 자신의 모토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피감기관에 대해선 커피숍에서 회의하며 법인카드로 1만2700원 쓴 것을 부적절하다고 문제 삼았던 그였기에 이번 외유성 해외 출장과 셀프 후원 논란은 그에게 치명적이었다. 이는 김 전 원장의 사퇴 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사퇴 찬성(50.5%)이 사퇴반대(33.4%)보다 훨씬 높은 데에서도 잘 나타난다. 시민운동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인물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 이재형 국장

 

 

 

사실 비판받는 일이 쉽지 않듯 비판하는 일도 결코 수월하지 않다. 법적·도덕적으로 떳떳해야 비판의 정당함과 대중성을 얻을 수 있다. 이는 불교계도 마찬가지다. 불교계 내부에 비판 목소리를 내는 단체들이 있다는 것은 일단 긍정적이지만 그들이 법적·도덕적으로 떳떳한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타인의 논문표절을 혹독히 비판하더니 정작 본인 논문표절 의혹에 대해선 사과조차 않거나, 종단의 부도덕함을 질책하는 해당 매체 대표는 폭력·변호사법·선거법 등을 위반한 전과자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도박을 하고 술집에 드나들던 승려들이 종단에 모진 비난을 쏟아내고, 갑질 문화를 비판하던 불교단체 소속 변호사가 돌연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갑질 교수’를 변호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깜깜한 밤에 횃불을 들고 있는 이가 허물이 많다 하여 횃불을 등질 수는 없다. 허나 자신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남의 문제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안타깝고 씁쓸한 일임은 분명하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437호 / 2018년 4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