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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정규천(坐井窺天)

반려동물의 생태계 파괴

가축으로 기르던 동물들이 ‘반려’라는 이름으로 한 집에서 기거하는 경우가 많다. 반려견(伴侶犬) 또는 반려묘(伴侶猫)가 대표적이다. 동물까지 가족이나 식구의 구성원으로 여기는, 생명존중 문화의 확장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밝음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반려견이나 반려묘가 꼭 집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의해 버려져 길거리와 들과 산을 배회하는 개와 고양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버려진 개나 고양이로 인한 문제는 심각하다. 쓰레기통을 뒤지다 보니 도시 미관을 해치고 병원균을 옮기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특히 산으로 들어간 고양이로 인해 생태계는 무섭게 파괴되고 있다. 표범, 늑대 같은 천적이 없어진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며 다람쥐와 새, 토끼 등 작은 짐승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있다. 땅속에서 나무 위까지 안전한 곳이 없다. 흔했던 꿩이나 다람쥐, 토끼를 보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에서는 매년 3억 마리 이상의 새들이 들고양이로 인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가정에서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버려지는 개나 고양이도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중성화 수술을 통해 개체 수를 줄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지만 이미 야생화돼 포획이 어렵고, 재원마련도 만만치 않다.

‘허당록’에 좌정규천(坐井窺天)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우물 안에서 하늘을 본다”는 의미로 자신만의 좁은 견해로 세상을 보는 것을 말한다. 요즘 들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들과 이를 못마땅해 하는 주민 사이에 분쟁이 심심찮게 언론에 나온다. 환경전문가들은 고양이가 새나 다람쥐를 잡아먹는 야생의 무법자라며 먹이를 주지 말 것을 권한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의 입장은 또 다르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늘수록 생태계가 파괴되고 더욱 많은 생명들이 죽어 나가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자신들만의 우물에 기대 하늘을 보기에는 지금 상황이 녹록지 않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37호 / 2018년 4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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