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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며 사는 삶

기자명 성원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8.04.23 10:55
  • 수정 2018.05.31 18:20
  • 댓글 0

탐욕만으로 사물 바라본다면본연의 아름다움 알지 못해감성으로 세상 볼 줄 알아야

봄이 왔다. 봄이 왔다 갔다.

‘우리는 보이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보이는 것을 그대로 보지 못하는 것은 우리 마음속에 형성된 자아가 인식하는 것만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을 그대로 보려면 자기중심적 자아에서 탈피해야 한다. 봄이 왔다 가도 왔다 간 줄 모르는 것은 봄 탓이 아니다. 봄이 마음속에 없는 사람에게는 천하에 봄볕이 가득해도 봄을 찾지 못하는 법이다. 이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제주가 마냥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제주 땅값이 오를 거라는 소문이 돌자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 부동산에 투자를 했다. 최근 제주도에서 수천억대의 부동산 사기가 발생됐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일로 고통 받고 아파할 것인가! 하지만 원망을 단순히 사기꾼들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보지 않고 자산증식 대상으로만 바라본 탐욕스러운 마음이 더 큰 문제다.

탐욕으로 제주를 바라본다면 제주도 우리에게 아픈 결과를 주지 않을까? 제주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리는 것은 그 아름다움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아름다운 섬 제주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길들여진 것만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삶의 시작 즈음에 우리는 철저히 길들여지고 길들여진 자아에 집착하고 살아간다. 이러한 자아에서 탈피하는 길은 오로지 해탈뿐이다. 그러나 그 길이 어디 그리 쉬운가? 그 길로 가기 위해 신심을 일으키고, 원력을 다지는 일은 쉽지 않다. 해탈의 경지에 오르진 못해도 우리의 삶에서 길들여진 자아를 넘어 잠시나마 세상을 직면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다.

불자들이 절에 와 상담을 하는 것이 삶의 답을 얻으려는 것 같지만 사실 대부분은 그들의 감정을 호소하고 싶어 할 때가 더 많구나 하고 느낄 때가 많다. 그저 자기에게 던진 괴로움을 함께 공감해주고 그 감정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성원 스님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학장
제주도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큰 낭패를 본 사람이 상담을 청하는 것이 본전을 만회할 길을 찾고 싶어서일까? 주식으로 돈을 잃은 사람, 작은 가게를 열었다가 실패한 사람은 경제적 본전을 찾으려 상담 오지 않는다. 잠시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보고 밀려드는 분노와 좌절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어 할뿐이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스님들이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까지 상담해 줄 수 있는 것은 지식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함께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냥 말없이 느껴지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들과 제주 봄의 아름다움을 함께 하고 싶다.

제주 땅은 비싸지도 싸지도 않다. 다만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아 아름다울 뿐이다. 이 봄에도 그렇다.

 

 

 

 

 

 

sw0808@yahoo.com

 

[1437호 / 2018년 4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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