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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나무, 지구 그리고 펭귄의 날

기자명 최원형

남극 빙하 줄어들면 펭귄도 같이 사라진다

큰유리새가 도착했다. 일주일 정도 된 것 같은데 아름다운 새소리가 들려 찾아봤더니 큰유리새였다. 여름철새가 하나 둘 도착하기 시작하나보다. 이제 둥지를 틀고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아 품고 키우느라 바쁜 새들의 모습을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짙은 코발트빛이 도는 큰유리새는 생김새뿐만 아니라 소리도 무척 아름답다. 갖가지 연둣빛으로 하루가 다르게 풍성해지는 봄 산을 배경으로 나뭇가지에 앉아 한가롭게 지저귀는 큰유리새를 보고 있자니 자연의 경이로움에 절로 경배의 마음이 인다. 그 경배의 마음에 이 아름다운 자연이 일곱 세대를 지나도록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간절히 보탠다. 과연 얼마나 오래도록 우리가 이 아름다운 자연과 마주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기에 더욱 간절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따스한 봄은 늘 순탄하게 오지 않는 법이던가. 매섭던 추위가 하루사이에 맥을 못 추고 자취를 감추는 듯했다. 따스한 기운에 맘도 한껏 봄이 오는 길목을 향해 열려있던 4월초, 느닷없이 폭설과 함께 한파가 닥쳤다. 이렇게 계절이 오락가락하니 식물들 피해도 만만찮은 것 같다. 남쪽 지역에서는 갑작스레 오른 3월 기온에 잎을 내밀기 시작한 과수나무들이 4월 초순에 내린 폭설과 한파로 냉해를 입었다. 전라북도의 경우 농작물 피해면적이 축구장 523배에 해당한다고 한다. 농민들에게 4월 폭설은 거의 전무했던지라 피해를 보상 받을 길도 막막하다는 소식은 무척 우울하다. 기후 이변이 이제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닌데도 그에 대한 대책은 무척 더디기만 하다.

4월초 갑작스런 폭설로 농작물 냉해
계속되는 기후이변에 대책 마련 못해
1970년 4월 ‘지구의 날’ 제정했지만
주변 환경 돌아보는 삶은 확산 안 돼

4월 달력에는 환경과 관련된 날이 3개나 들었다. 5일 나무 심는 식목일을 시작으로 22일이 지구의 날이고 사흘 뒤인 25일은 세계 펭귄의 날이다. ‘나무, 지구, 펭귄’, 세 낱말이 공통으로 함의하고 있는 키워드는 생태와 환경이다. 우리 모두의 집인 지구에서 나무는 우리가 숨 쉴 산소를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다. 나무가 지구 환경을 바꾸었기에 비로소 인간이 지구상에 등장해서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그 은혜로움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식목일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헐벗었던 국토를 반증해주는 날이다. 오죽하면 나라에서 나무 심는 날을 정했을까. 전쟁의 참화 속에도 살아남은 나무는 땔감으로 사라졌다. 민둥산은 작은 비만 내려도 홍수가 되어 피해는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일단 나무를 심어야했다. 그것은 생태계 보전도 아니었고 오직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우리가 살려면 생태계가 온전해야한다는 것이 민둥산의 교훈이다. 이제 이 땅의 산림은 울창하다. 계속 울창할지는 그러나 알 수 없다. 애써 심어 가꾼 나무들이 기온 상승에 분명 피해를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온상승으로 인해 소나무재선충이 극성을 부리면서 소나무가 조만간 우리나라에서 살아질 수도 있다는 견해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더 큰 우리 집인 지구 그리고 펭귄의 사정은 어떨까? 남극에 살고 있는 펭귄까지 우리가 왜 신경 써야 하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런데 펭귄의 건강함은 곧 바다의 건강함을 의미하는 것이고 확장하면 지구 건강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만 한다. 지구와 펭귄의 사정이 여의치 못하니 날까지 만들어졌다는 건 누구든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펭귄은 지구 남반구에서 적도에 이르는 공간에서 바다생물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건강한 지구에서 펭귄도 건강할 수 있는 것이니 지구도 펭귄도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은 결국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의미가 아닌가. 1969년 캘리포니아 앞 바다에서 일어났던 해상기름유출 사고가 계기가 되어 1970년 4월22일 첫 지구의 날 행사가 치러졌다. 지구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당시 사람들도 자각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 후 거의 50년이 다 돼가는 지금 지구의 환경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이 더욱 나빠졌고 나빠지는 와중에 있다. 펭귄의 주요 먹이인 크릴, 물고기, 오징어 등이 기온 상승과 남획 등으로 줄어드니 펭귄의 숫자도 함께 줄어들고 있다. 남극의 빙하가 줄어드는 것도 펭귄 숫자가 줄어드는 것과 관련이 있다. 주요 먹이인 크릴은 빙하 아래쪽에 붙어사는 조류(algae)가 먹이인데 빙하가 줄어들면서 연쇄적으로 조류도 줄어들고 그러니 크릴 수도 줄어든다.

중중무진연기의 세상이라는 게 체감되지 않는가. 그동안 얼마나 주변의 관계를 배려하며 살아왔고 살고 있는지를 우리 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폭풍을 만들기도 한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437호 / 2018년 4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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