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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수행 강지윤-상

기자명 법보신문

▲ 50, 원명화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남편과 불화로 인하여 시어머니와도 불편해지면서 사는 게 지옥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 만큼 삶은 너무도 힘들었다. 그렇게 힘겹게 지내던 어느 날 부터인가 밥을 먹을 수조차 없을 만큼 목에는 대못 같은 가시가 콱 박힌 듯 불편함이 커졌다.

남편·시어머니와 불화로 불행
호흡 멈출 것 같은 경험 겪어
기독교 믿다 다시 삼보에 귀의
‘법화경’ 접하는 시절인연 만나

무더운 여름, 제대로 먹지 못해 기운이 없는 상황에서 또 남편과 말다툼을 했다. 결국 남편은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나는 온 몸의 기운이 빠져 침대에 그대로 눕고 말았다. 그런데 갑자기 호흡이 되지 않았다. ‘이상하다. 왜 숨이?’ 손가락과 발가락을 움직여도 생각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들이 아득하게 멀어지더니 이내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대로 생을 멈추는 것일까.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그 어둠속에 희미하게 어떤 목소리가 들려 왔다. ‘너는 아직 올 때가 안됐다. 가라!’ 서서히 눈이 깜박여지고 빛이 들어왔다. 목에 대못 박힌 듯한 불편함도 사라졌다. 몸이 새털처럼 가벼워 진 기분이었다. 남편과 다툰 시간은 분명 한 낮이었는데 어느새 저녁이 되어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그 목소리는 무엇이고 내 몸은 어떻게 이처럼 새털처럼 가벼운 느낌이 드는 것일까.

그 순간 나는 ‘아! 내가 이 세상에 뭔가 할 일이 있는데 다 못했나보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벅차올랐다. 문득 친정어머니가 떠올랐다. 기초교리부터 불교대학까지 공부하면서 어렸을 때 엄마손 잡고 절에 다니던 기억이었다. 하지만 학창시절에는 교회를 다녔고 결혼해서는 시어머니와 절에 다니다가 성당에 다녔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 모든 기억들이 다시 부처님을 만나기 위한 하나의 과정들로 연결이 되었다. 삶의 가치와 행복의 기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했다. 그 때부터 나는 다시 절에 다니기 시작했다.

주변 환경은 급격히 변화했다. 가족들과는 예고한 듯 이해와 배려가 커져갔다. 이렇게 간단한 일인데 그동안에는 왜 그렇게 시름을 하고 벽을 만들며 살았을까. 시어머니께서는 두 아이들을 보살펴주시고 살림까지 도맡아 해주셨다. 덕분에 편하게 일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좋은 일이 있으면 항상 그 반대편의 일도 따르기 마련이라고 했던가. 어느 날 시어머니가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1주일 전 일들을 전혀 기억 못하거나, 5분전의 질문을 똑같이 반복했다. 무슨 물건이든지 검정 비닐봉지로 싸서 숨겨놓는가 하면, 장독대 안에 시계를 숨겨놓고 갑자기 화를 내신 적도 있다. 분명 평소와는 다른 행동이었다.

병원에 모시고 가서 검사를 해보니 뇌경색이라고 했다. 수술을 해야 한다며 바로 입원하라는 말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한 집에 살면서 고부 갈등으로 힘든 때도 있었지만 이제야 비로소 편안해 진 시어머니. 시어머니께서 잘못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에 밤잠을 설쳤다. 매달릴 곳은 망설임도 없이 부처님뿐이었다. ‘부처님, 잘못했습니다. 친정 부모님도 돌아가셨는데 제가 의지할 곳은 이제 시어머니뿐이십니다. 제가 만회할 시간을 주십시오.’ 거의 매일같이 울며 기도를 했다. 뜻밖에 병원에서 시어머니의 수술은 안 해도 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단, 한 달에 한 번 병원에서 약을 받아 날마다 복용하시면 된다는 진단이었다. 그렇게 해서 시어머니는 보름정도 입원 후 퇴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발목이 아프다며 출근을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통풍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앞이 캄캄했다. 통풍은 완치도 힘들고 바늘로 찌른 듯 극심한 통증으로 힘든 병이라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감기도 잘 안 걸리고 건강했던 남편이 갑자기 걸을 수가 없고 출근을 못할 지경이니 막막함이 앞을 딱 가로막는 기분이었다.

남편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모르고 살던 나는 막상 남편이 아프다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돌이켜보니 늘 불평불만만 많았던 또 다른 나를 마주했다. ‘법화경’과 만남은 그렇게 숙명처럼 다가왔다.

[1437호 / 2018년 4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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