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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에게 모든 존재가 스승

기자명 금해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8.04.30 10:09
  • 수정 2018.08.07 10:58
  • 댓글 1

수행할 때 스승을 만나기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을 가끔 만납니다. 부처님처럼 완벽한 스승을 찾기는 어렵지만,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길을 열어주는 스승은 어느 곳에서나 만납니다. 환성 지안(喚醒志安) 선사의 시처럼 돌에 앉으면 돌의 단단함을 배우고, 물을 보면 그 맑음을 배우며, 소나무를 보면 곧음을 생각하고 달을 보면 밝음을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존재가 다 스승이고 벗이 됩니다.

‘큰바위 얼굴’ 주인공 소년에겐
말없는 바위 삶이 가장 큰 스승
부처님 닮길 발원하고 정진하면
마침내 부처님 될 수 있을 것

요즘 ‘무문관(無門關)’이라는 영화 한 편이 저를 기쁘게 합니다. 50대 중반의 어느 보살님이 ‘무문관’ 영화를 보고 난 뒤, 거의 1년 만에 안부 전화를 했습니다. 인생의 후반에 들어서면서 자녀들이 성장해 떠나고 나니, 지난 삶과 다가올 죽음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는데, 스님들의 수행에 대한 영화를 보니, ‘삶에 대한 의문을 풀려면 나도 무문관에 들어가야 하나’하는 마음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수행자의 삶이 어떤 것인지, 무엇을 위해 수행하는지, 목숨을 걸고 정진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렴풋이나마 알았으며 스님들처럼 자신도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몇몇 신도님들은 이번 하안거 때 참선수행을 해보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그 얼굴이 너무도 순수하고 맑아서 참으로 기뻤습니다. 스님들을 따라 공부하고 수행하려는 마음을 낸다면, 세속에 있다 할지라도 그가 바로 수행자입니다.

어릴 때 읽었던 호손의 ‘큰바위 얼굴’이라는 소설이 생각납니다. 작은 마을 오두막집에 한 소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앞산에는 사람 얼굴 모양을 한 큰바위가 있었는데, 예언에 의하면 머지않은 미래에 큰바위와 같은 얼굴을 가진 위대한 성인이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소년은 이 위대한 성인을 꼭 만나겠다는 발원을 합니다. 그렇게 매일 매일 큰바위를 바라보며 위대한 성인의 모습을 꿈꾸며 살았습니다. 그리고 큰바위 얼굴의 사람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지체 없이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큰바위 얼굴 같은 성인은 만날 수 없었습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소년은 백발의 노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노인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큰바위 얼굴을 보게 됩니다. 큰바위 얼굴을 매일 쳐다보며 위대한 성인을 기다리는 동안, 자신이 숭고하고 자애로운 큰바위 얼굴을 닮아갔던 것입니다. 말없는 바위가 삶의 가장 큰 스승이 되었던 것이지요.

 

▲ 금해 스님

핏줄보다 더 중요한 유전자가 바로 마음의 씨앗입니다. 오랜 세월 함께 사는 부부가 서로 닮아가고, 쌍둥이라도 각각의 삶의 경험에 따라 얼굴이 달라집니다. 마음 수행하는 우리들은 가장 빠르게 자신의 스승을 닮아갈 겁니다.

영화를 보고 새롭게 발심한 보살님들에게 좋은 스승을 만난 것을 축하했습니다. 재발심하게 하는 스승이 영화나 책, 꽃 한송이라 할지라도 좋습니다. 어떤 존재든 매 순간 나를 일깨우는 스승을 만날 수 있다면, 그리고 매일 부처님처럼 살기를 발원하며 물러나지 않고 정진하면, 큰바위 얼굴처럼 곧 부처님을 닮고 마침내 붓다를 이룰 것입니다.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438호 / 2018년 5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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