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이다. 독일 라인란트 출신의 공산주의 혁명가이자 마르크스주의의 창시자인 맑스가 절친 엥겔스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불교, 열반, 무를 언급했다. 맑스는 이에 앞서 박사학위 논문에서도 “최고의 신성으로서 인간의 자기의식”을 강조했었다. 그만큼 불교에 대한 이해가 깊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금껏 맑스는 ‘공산당 선언’과 ‘자본론’의 저자, 또 러시아 10월 혁명을 주도한 레닌이 그의 사상을 이론적 기반으로 삼으면서 공산주의 혁명가 이미지만 부각됐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서 그의 사상 기저에 불교가 자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흔치 않다.
손석춘<사진> 건국대 교수가 맑스의 일대기를 엥겔스가 맑스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한 책 ‘디어 맑스’에서 그의 사상 기저에 깔린 불교적 사고를 끄집어냈다.
“자네는 그리 신뢰하지 않았지만 영국 최초의 맑스주의자를 자부했던 헨리 하인드먼은 나를 ‘런던의 달라이라마’라고 불렀지.…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더군.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지. 내가 만일 달라이라마라면, 자네는 뭘까. 두말할 나위 없이 붓다일 거야.” 저자는 엥겔스를 통해 맑스의 불교적 사고가 상당 수준에 이르러 있었음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을 정도로 맑스의 의식 저변에 불교가 함께 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물론 책은 맑스의 불교사상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역사적 사실에 허구성을 더하면서 가려진 진실을 극명하게 드러내려 노력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막연하게 알고 있던 맑스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게 한다. 책은 얼핏 보면 엥겔스가 저자이고 한국어판 번역자가 따로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역사의 진실성을 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근본적으로 사실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은 것만으로도 맑스의 생애와 사상, 저작들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만6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38호 / 2018년 5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