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경수행 강지윤-하

기자명 법보신문

▲ 50, 원명화
기도는 이제 남편을 위한 기도가 되었다. 참회기도를 거듭했다. 남편에게는 미안함뿐이었다. 남편과의 삶에서 떠오르는 일들은 모두 남편의 포용과 배려 그리고 사랑이었음을 왜 이제야 느끼는 것일까. 눈물밖에 나오지 않았다. 눈물의 기도를 거듭하던 어느 날, 기적 같은 말을 들었다. 통풍은 병원 측의 오진이었다. 몇 차례의 약 복용으로 남편의 통증은 서서히 사라졌다. 남편은 직장에도 복귀하여 이제 우리 가족에게는 건강한 삶이 이어질 것만 같았다.

남편의 사랑 깨닫고 참회기도
슬럼프 겪다 사경하면서 극복
자궁선근증 수술 예후도 좋아
가족이 부처님이란 사실 감사

평화는 찾아왔는데…. 이번에는 일이 나를 지치게 했다. 여전히 부처님에게 매달리는 기도를 할 뿐이었다. 슬럼프에 빠져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어느 날, 함께 일하는 동료가 ‘법화경’을 사경해 보라며 선물을 해주었다. 하루에 한 줄이라도 좋으니 빠지지 말고 꾸준히 사경을 하고 시험에 들지 말라는 충고와 함께 열심히 하면 좋은 일들이 많이 있을 거라고 했다.

집에 와서 사경하는 첫 날, 남편과 말다툼을 하고야 말았다. 순간! ‘아차. 내가 시험에 들었구나.’ 바로 남편한테 사과했다. 그 이후 날마다 사경을 했다. 하루에 한 줄이라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쓴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모임이 있어 늦게 오는 날은 피곤해서 바로 눕고 싶은 생각에 그 한 줄 쓰는 것도 힘들어서 건너 뛸 때도 있었다. 쓰기 싫어서, 손이 너무 아파서 등 핑계만 늘어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하루 24시간 주어진 그날이 모두 그저 그런 날처럼 똑같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가 모두 다른 날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사경을 하는 날과 사경을 하지 않는 날은 확연히 달랐다. 24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하루하루의 삶은 분명 달라졌다. 온몸에 전율이 왔다. 그때부터 손이 아파도 사경했고 쓰기 싫어도 ‘한 줄만이라도 쓰자’며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 밤을 꼬박 새워 쓴 적도 있었다. 분노가 치밀어서 사경하고 싶지 않은 날도 있었지만 묵묵히 앉아서 사경집을 펼쳤다. 그렇게 사경을 하다 보면 한 줄 대목이 눈에 들어와서 폭풍우 같던, 파도 같던 마음도 어느새 잔잔한 호수처럼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곤 했다.

평화로운 일상이 당연한 듯 감사함을 모르고 살았다. 하지만 극심한 아랫배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는데, 자궁선근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다양한 증상들을 설명했다. 통증이 무엇보다 힘들고 엄청난 양의 하혈로 인한 빈혈이 수반되며 임산부처럼 배가 점점 커지고 그로 인한 주변 장기들의 부작용. 수술을 권유했다. 매달 수반되는 통증을 견디다 못해 결국 수술을 택했다. 수행을 한다고 하면서도 너무 형식적으로만 해온 것일까. 감사함을 주제로 삼았다. 그동안 감사했던 많은 일들을 떠올리며 기도하고 사경을 했다. ‘베풀며 도우며 헌신하며 살아가겠습니다.’ 발원이 저절로 나왔다. 수술 기일을 잡고 보니 친정어머니 제삿날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절에 가실 때마다 손을 꼭 잡고 다니셨던 친정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마취후유증도 없이 자고 일어난 듯 씻은 듯이 깨끗하게 나았다. 3개월이 지났을 무렵에는 마라톤 달리기 코스 5km도 완주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되찾았다.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연기법에 의해 남편을 만났고, 그로 인해 시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사랑스러운 두 아이들도 얻었다. 불법을 공부하고 난 후 불평불만은 감사함으로 바뀌었고, 삶을 되돌아보며 참회하는 시간도 소중하다. 부처님은 바로 내 옆에 있는 시어머니가 부처님이요, 남편이 부처님이요, 두 아이들이 부처님인 것을 나이 오십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위험에 처한 순간마다 알 수 없는 힘이 보호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불제자로서 보살행을 실천하고 포교하며, 경험한 부처님의 가피를 주변에 나누며 살아가고 싶다. 오늘도 나는 ‘법화경’을 선물할 사람을 찾아 마음의 평화와 부처님의 가피를 전하고 싶다.


[1438호 / 2018년 5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