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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십우도-기우귀가(騎牛歸家)

기자명 임연숙

전통 소재 현대조형물로 친근감 배가

▲ ‘십우도-기우귀가(騎牛歸家)’, 38×45×18cm, 브론즈에 채색.

전시장에서 만난 조각 한 점이 눈길을 끈다. 흰 소를 탄 피리 부는 동자의 모습과 단청의 이미지가 그려진 흰 소는 십우도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작가는 현대미술 작가면서 한국여류조각가협회와 불교미술인모임에서 활동 중인 이미숙 작가다. 오래 전부터 알던 작가의 작품이 한 층 더 불교미술을 자연스럽게 현대화시키고 깊어진 느낌이다. 종교미술이라는 테두리 안에서의 작품이 아니라, 이를테면 사찰의 단청이나 벽화, 불화나 불상과 같은 전통사찰의 의례용 작품이 아닌 현대미술이면서도 그 안에 담긴 뜻과 가르침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흰 소를 탄 피리 부는 동자
브론즈 작품 위에 단청채색
의미 몰라도 느낌으로 전달

작가는 최근 전래 동화나 우화의 한 장면을 조형적으로 현대화시켜 표현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작품 속에 수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이 작품은 십우도 중에서 동자가 검은 소를 만나 자신을 단련시켜 나가는 과정을 격고, 흰 소가 되어 구멍이 없는 피리를 불며 집으로 돌아오는 여섯 번째 장면을 묘사한 기우귀가(騎牛歸家)의 한 장면이다. 흰 소의 다리에서부터 그려진 단청의 이미지나 흰 색이 주는 상서로움은 십우도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알지 못해도 그 의미를 알 것만 같다. 자신을 수행하고 선으로 가는 과정을 알기 쉬운 이야기와 그림으로 표현하여 지식의 많고 적음이나 지위의 높고 낮음이나, 나이가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널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다.

이미숙 작가의 십우도에서 흰 소는 마치 단청에 물든 듯하다. 단청은 본래 목조건물의 병충해를 막기 위한 칠의 용도이자 불교의 영향과 동양철학의 오방색 영향이 담겨있는 장식화다. 먼저 흙으로 구상작업을 마치고 난 후 브론즈(청동)로 떠낸 작품위에 채색으로 그림까지 더해져서 보는 사람의 눈을 흐믓하게 한다. 작가는 전통의 미감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전통을 현대화하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일 것이다. 가깝게는 우리 내면에 남아있는 한국전통의 미감에 대한 고민일 것이며, 깊게는 인간이 갖고 있는 삶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일 것이다.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며, 오늘의 이 모습은 무슨 연유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이 우리의 삶과 함께 진행된다. 그러한 해답을 얻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는 것 같다.

소와 함께 돌아오는 길은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과 같다. 무심한 마음으로 구멍이 없는 피리를 부는 목동의 표정이나 목동을 바라보는 소의 표정은 무심함 그 자체이다. 웃는 것도 아니고 찡그린 것도 아니고, 즐거움도 아니다. 무심하게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10개의 그림 중에 여섯 번째이니 스토리상 한 중간쯤 되는 장면이다. 집으로 온 후에는 소명을 다한 소는 간데없고 자신을 깨달음으로 이끈 방편을 잊고 더욱 더 자신을 경계해야 하며, 완전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자신도 버려야한다는 가르침과 이러한 것들로 궁극적으로 중생을 계도해야 한다는 내용이 마지막 장면이다.

마음이 편해지는 작품 한 점으로 부처님 오신 뜻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날이다.

임연숙 세종문화회관 전시디자인 팀장 curator@sejongpac.or.kr
 


[1438호 / 2018년 5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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