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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응 스님 ‘미투’ 제보자 알고 보니 선학원 전 직원

  • 교계
  • 입력 2018.05.16 13:13
  • 수정 2018.05.16 13:40
  • 댓글 23

경찰, 해당여성 신원 파악 결과
선학원서 2015년까지 근무했다
법진 이사장 등 수사확대 불가피

‘PD수첩’ 일부내용 신뢰성 의심
현응 스님 성추행 의혹 관련내용
법진 이사장 직원 성추행과 유사

지난 3월 ‘metoo’라는 웹사이트에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을 게재한 데 이어 MBC PD수첩에 출연했던 여성이 재단법인 선학원 전 직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응 스님은 앞서 ‘이번 사건의 배후에 선학원 법진 이사장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어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경찰 내부 상황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경기도 분당의 한 PC방을 압수수색한 결과 지난 3월 ‘metoo’라는 웹사이트에 ‘현응 스님 성추행’ 의혹의 글을 게재한 여성의 신원을 파악했다. 특히 경찰은 이 여성이 2015년까지 재단법인 선학원에서 근무한 신모씨라는 사실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법진 이사장과 신씨와의 관계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또 신씨의 진술여부에 따라 경찰수사가 법진 이사장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법진 이사장은 법인관리법과 관련해 조계종을 비판해 왔을 뿐만 아니라 여직원 성추행으로 실형을 선고 받은 당사자다.

현응 스님은 지난 5월1일 PD수첩의 방송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학원 기관지 ‘불교저널’의 전 편집장 김종만씨가 보낸 전화문자를 근거로 자신의 ‘성추문 의혹제기 배후에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이 있음’을 시사했다. 김씨는 불교저널 편집장으로 근무했으며 2016년 12월 현응 스님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질의서를 내용증명으로 보낸 인물이다.

김씨는 지난 3월 ‘metoo’라는 웹사이트에 현응 스님 관련 글이 게재되자, 4월5일 전화문자를 보내왔다. 김씨는 “요즘 선학원 법진 이사장이 자신의 성추행 문제를 대응하는데 스님을 ‘마타도어’한다는 말을 듣고 걱정이 돼 문자를 드린다”며 “제가 불교저널 재직 당시 스님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은 상대의 실체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진 이사장의 말만 듣고 보낸 것으로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이어 “이제 또 다시 불분명한 실체를 내세워 스님을 공격하면서 자신의 성추행에 물귀신 작전을 하고 있는 법진 이사장의 비겁함이 실로 유감”이라고 적었다.

현응 스님은 이 같은 정황을 토대로 관련 내용을 완강히 부인하며 방송중지를 촉구했다. 그럼에도 PD수첩 측은 현응 스님의 주장을 반영하지 않은 채 5월1일 밤 예정대로 방송을 강행했다.

이런 가운데 PD수첩의 방송내용 중 사실이 아닌 부분이 담겨 있거나 의혹제기에 필요한 충분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PD수첩은 5월1일 ‘큰스님께 묻습니다’에서 현응 스님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2명의 여성을 출연시켰다. ‘배윤경’이라는 가명으로 등장한 첫 번째 여성은 지난 3월 ‘metoo’라는 웹사이트에 글을 올린 신모씨다.

▲ PD수첩 측은 신씨가 2006년 12월 현응 스님의 성추행 의혹을 불교언론에 제보했다고 보도하면서 불교저널의 홈페이지를 사용했다. 그러나 불교저널 전 편집장은 "신씨로부터 제보를 받은 사실이 없고, 법진 이사장으로부터 처음 들었다"고 밝혔다. PD수첩 캡처.
PD수첩은 이날 방송에서 신씨의 주장을 인용해 “(신씨는 현응 스님의 성추행의혹을) 2016년 12월 한 불교언론에 현응 스님의 성추행 관련 내용을 제보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PD수첩 측은 방송에서 선학원 기관지 ‘불교저널’의 홈페이지 메인화면도 공개하면서 신씨가 현응 스님의 성추행 의혹을 제보한 불교언론이 ‘불교저널’이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그러나 PD수첩 측은 ‘불교저널’ 측이 왜 현응 스님의 성추행 의혹을 제보 받고도 이를 기사화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종만 전 불교저널 편집장은 “(불교저널에 제보했다는 것은 PD수첩의) 거짓말”이라며 “그 내용(현응 스님의 성추행 의혹)은 법진 이사장의 입에서 처음 나온 것이지, 그 여자가 언론사(불교저널)에 제보한 사실은 없었다”고 밝혔다.

김씨에 따르면 2016년 12월 어느 날 법진 이사장이 자신을 불러, 현응 스님과 관련한 제보를 이메일로 받았다며 A4용지에 관련 내용을 적어주면서 현응 스님에게 내용증명으로 질의서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김씨는 법진 이사장의 지시대로 현응 스님에게 내용증명으로 질의서를 보냈다. 그러나 김씨는 “(법진 이사장이) 시켜서 보내긴 했지만 관련 내용은 신빙성이 떨어져 기사화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김종만 편집장의 설명대로라면 신씨가 현응 스님의 성추행 의혹을 처음 제보한 것은 ‘불교저널’이 아니라 법진 이사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무렵 법진 이사장은 자신이 근무하는 선학원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돼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10여년전 현응 스님으로부터 성추행 당했다는 여성이 그 사실을 당시 성추행 혐의로 고소된 법진 이사장에게 제보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더구나 현응 스님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신씨의 주장은 법진 이사장이 선학원 여직원에게 성추행한 행위와 매우 흡사하다. 법진 이사장의 재판기록 등에 따르면 법진 이사장은 2016년 8월 업무시간이 끝난 뒤 여직원을 불러 자신의 BMW 승용차에 태운 뒤 강원도 속초로 향했고, 차 안에서 여성의 손을 주무르고 가슴부위를 건드렸다. 또 속초에 도착해서는 승복을 벗고 조끼와 반바지로 환복하고 음식점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셨다. 이후 법진 이사장은 인근 모텔로 이동해 여성에게 ‘쉬었다 가자’는 말을 되풀이 했다. 그러나 해당여성이 이를 완강히 거부하면서 모텔투숙은 실패했다. 이 여성은 이 사건이 있은 후 법진 이사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고, 서울북부지법은 지난 1월 혐의 사실이 인정된다며 법진 이사장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처럼 신씨가 ‘metoo’게시판과 PD수첩에 출연해 2005년 9월경 현응 스님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은 이동장소와 승복을 벗고 갈아입은 옷, 술을 마신 장소 등을 제외하면 법진 이사장이 여직원을 성추행한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조계종 내부에서 “법진 이사장의 여직원 성추행 내용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불교저널’에 내용 제보했다지만
전 편집장 “법진 이사장에게 들었다”
‘왜 법진 이사장에 제보했나’ 의문

PD수첩출연 다른 여성진술도 논란
“많은 사람 다 있는 회식자리서
처음 보는 여자에 입맞출 수 있나”
PD수첩 구체적 정황 제시 안 돼

신씨가 PD수첩에 출연해 현응 스님이 처소로 사용했다는 주지실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해인사 관계자에 따르면 PD수첩에서 여성이 현응 스님의 처소라고 지목한 곳은 엉뚱한 곳이었다. 이 관계자는 “신씨가 지목한 곳은 당시 노스님들이 거주하던 청백당으로 주지실은 다른 곳에 있었다”고 밝혔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신씨가 현응 스님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다른 정황은 구체적으로 기억하면서도 정작 주지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PD수첩에서 현응 스님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또 다른 여성의 진술도 의혹을 낳고 있다. PD수첩 측은 해인사스님들의 회식 장소에서 현응 스님을 만났다는 ‘박지은’(가명)을 출연시켰다. 해당 여성은 방송에서 “현응 스님이 러브샷을 한 뒤 입술을 맞췄다”고 진술했다.

▲ PD수첩에 출연한 신모씨가 2005년 9월 해인사 주지였던 현응 스님이 처소로 지목된 곳이다. 그러나 해인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은 당시 노스님들의 처소로 사용되던 곳이다. 신씨는 현응 스님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면서도 정작 주지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PD수첩 캡처.
그러나 PD수첩 측은 앞서 신씨의 제보 내용에 따라 관련 현장을 찾아다닌 것과 달리 ‘박지은’의 진술에 대해서는 현장 검증을 진행하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 회식을 했으며 주변에 어떤 인물들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진술을 담지 않은 채 여성의 주장만을 그대로 방송으로 내보냈다.

이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회식장소였다면 주변에 많은 사람이 있었을 텐데 그런 사람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해인사 주지가 처음 보는 여성에게 입을 맞춘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며 “탐사보도라면 구체적인 정황이라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법보신문은 박건식 PD수첩 팩트체크팀장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현재까지 통화가 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PD수첩이 방송된 직후 논란이 커지면서 이번 사건을 맡고 있는 경찰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응 스님은 PD수첩 방송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 내용이 사실일 경우 승복을 벗겠다. 그러나 사실이 아닐 경우 최승호 MBC 사장은 방송계를 떠나라”고 촉구한 바 있다. 경찰 수사결과에 종단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41호 / 2018년 5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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