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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종찰 해인사의 성급함

MBC PD수첩이 5월1일 방영한 ‘큰스님께 묻습니다’ 이후 관련 입장들이 쏟아지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과 교육원장 현응 스님의 범계 의혹이 보도되자 일부 단체는 곧바로 성명을 내고 총무원장과 교육원장이 즉각 참회하고 사퇴할 것을 주장했다. 이들 단체가 불자들의 모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모진 비난을 퍼붓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성명 내용이 예상을 빗나간 것은 아니다. 더욱이 이들은 사찰 일주문에 계란을 집어던지고 불자가 아닌 단체에 버젓이 재가불자상을 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던 단체이기도 하다. 또 어느 곳보다 객관적이어야 할 성평등불교연대조차 방송내용을 이미 기정사실화 했는지 “후안무치” “이것이 진짜 훼불” “(참회와 책임만이) 불교사에 더 이상 죄를 짓지 않는 일” 등 정제되지 않은 언어들을 쏟아냈다.

PD수첩 내용 진위여부 우선
해인사 “책임 엄중히 묻겠다”
기다려주는 게 승가의 미덕

하지만 PD수첩 방송 이후 종단 내부는 최승호 사장 체제에서의 MBC 공정성 문제와 의혹 규명 필요성에 공감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조계종 소속 재가불자들을 대표하는 중앙신도회는 “일부 일탈된 해종세력의 일방적 주장에 편승해 사실관계에 대한 당사자의 명확한 검증 없이 진실과 괴리된 왜곡된 내용을 보도한 MBC PD수첩의 무책임한 행위를 엄중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또 5000여 포교사를 대표하는 포교사단은 “종단을 분열과 혼란으로 이끄는 불의한 세력의 일방적 주장만을 담은 불공정한 방송이며 훼불언론의 청부방송”이라고 MBC를 비판했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도 5월8일 “조속한 범종단 차원에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한 점 의혹 없이 소상히 소명”할 것을 하교했고, 이에 따라 총무원장 스님을 비롯해 교구본사주지회의와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단 및 상임분과위원장도 종정스님의 뜻에 따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해인사가 5월11일 ‘법보종찰 해인사 대중 일동’이란 이름으로 ‘PD수첩’ 방영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여러 일간지에 광고도 냄으로써 눈길을 끌었다. 교육원장 스님이 전 해인사 주지였을 때 벌어진 의혹이고, PD수첩이 당사자를 특정하지 않고 ‘해인사 스님들’이라고 반복함으로써 해인사 스님 전체에 마음의 상처를 주었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10여년 전 일부 소임자 승려들의 불미스러운 일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방송에 언급된 당사자에 대해서는 도의적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 등 명시한 부분에 있어서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의혹이고 경찰에서도 사실여부를 조사 중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응 스님은 PD수첩 방영 전 기자회견을 통해 “나에 대한 방송내용에서 허위사실이 드러난다면 최승호 사장은 방송계를 떠나라. 만약 사실이라면 내가 승복을 벗겠다”는 결연한 입장을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면 해인사가 비록 억울하거나 다소 불이익이 있더라도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하는 게 아닐까. 엄중한 책임은 잘못이 드러난 후에 해도 늦지는 않다.

현응 스님이 교육원장이더라도 MBC라는 공중파방송의 절대강자 앞에서는 약자에 불과하다. 실제 PD수첩의 의혹 제기만으로 현응 스님은 이미 수많은 뉴스와 댓글을 통해 인격 살인에 가까운 심각한 명예훼손과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다.

 

최근 출간된 ‘스승 혜암’(김영사)에서 해인사 주지 향적 스님은 “(혜암)큰스님은 전부터도 강자에게는 더 강하셨고 약한 사람에게는 한없이 자비로우신 어른이셨다”고 칭송했다.

의혹만으로 책임을 강요하는 건 승속을 떠나 가혹한 일이다. 그것은 해인사 전 주지뿐 아니라 현 주지스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해인사는 지금 가야산의 기백과 엄중함으로 묵묵히 기다려줄 때다. 그게 해인사의 가풍이자 승가의 오랜 미덕일 것이다.

mitra@beopbo.com

[1441호 / 2018년 5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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