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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성에는 남북이 없다

기자명 일선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8.05.22 10:37
  • 수정 2018.05.31 16:33
  • 댓글 0

대웅전 앞에는 불두화가 소담하게 피었습니다. 사월초파일이 다가오니 점점 부처님 머리처럼 봉긋이 솟아오릅니다. 불두화는 연꽃처럼 불교를 상징하는 꽃으로 숱한 작은 꽃잎이 켜켜이 쌓여서 하나의 봉오리를 이루고 꽃이 질 때는 산산이 부서져서 바람에 황홀하게 날리는 것을 보게 됩니다. 여기에서 모든 법은 본래 공하고 인연 따라 생멸하는 관계임을 깨달은 부처님의 원음을 듣습니다.

남북이 통 큰 합의 이뤄냈어도
온전한 평화 위해선 점수 필요
내년 부처님오신날엔 우리차로
신계사서 공양 올릴 수 있기를

이러히 산하대지는 저마다 제빛과 향기로 부처님 오심을 찬탄하고 있습니다. 남과 북도 평창 세계 동계 올림픽을 인연으로 서로의 장벽을 허물고 모처럼 다정하게 마주앉아서 서로가 공존하고 번영할 수 있는 통 큰 합의를 이끌어내고 평화라는 돈오의 무생곡을 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음 못이 본래 물인 줄 깨달았다 하더라도 그간 적대관계로 살아온 세월이 오래되었기에 온전히 평화의 기운이 실핏줄까지 흐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오랫동안 익힌 업장인 대결의식이 가슴속 깊이 숨어있고, 주변국들의 시기와 질투를 피할 수 있는 안전운행의 방편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어린아이가 태어날 때 이미 이목구비를 갖춘 온전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어른처럼 큰 힘을 쓰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그렇기에 남북관계도 점차로 지혜와 자비를 더하여 발전시켜 나가는 점수의 방법이 필요합니다.

당나라 때 운거도응 선사라는 분이 계셨는데 전란을 맞아 1000여명의 대중들은 피난을 떠나고 절에 홀로 남아있었습니다. 어느 날 난을 일으킨 장군이 찾아와서 목에 칼을 들이대고 물었습니다.

“이 대란이 언제나 끝나겠는가?”
선사가 대답했습니다.
“장군의 마음이 흡족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오.”
그러자 장군이 삼배의 예를 올리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남북관계가 과연 이번에는 해결될 것인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이제부터는 서로가 지난일은 헐뜯지 말고 다가오는 일은 늦더라도 참고 기다리면서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또한 사람에게는 남북이 있지만 불성에는 남북이 본래 없다는 혜능선사의 깨달음을 되새기면 일체 대결의식과 원망이 사라지고 대만족의 평화가 깃들게 될 것입니다.

뒷산 야생 차밭에서는 차가 한창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지난겨울에 심하게 동해를 입어서 조금 늦기는 했지만 햇차의 향기는 더욱 진하게 다가옵니다. 남북의 관계도 이와 같아서 모처럼 다가오는 평화의 기운이 계속되기를 간절하게 염원합니다.

 

 

 

 

▲ 일선 스님
얼마 전에 차를 만들며 다선일여의 경계를 춤으로 표현하며 수행하고 있는 다인으로부터 보고 싶다는 안부전화를 받았습니다. 대밭에서 죽로차를 따고 있노라면 생각이 고요해지고 사방이 밝아진다면서 대자연과 하나가 되니 더없이 평화롭고 이보다 더한 행복은 없다는 오랜만의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북한에서 생산되는 강령녹차가 있다고 합니다. 품질이 우수하여 세계적이라고 합니다. 부처님오신날에 차 공양을 올린다고 하니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내년 부처님오신날에는 남북의 산하에 평화로운 기운이 실핏줄까지 흘러서 보림사 차를 가지고 금강산 신계사 부처님께 공양 올리기를 발원해 봅니다.

일선 스님 장흥 보림사 주지 sunmongdoll@naver.com

 

 

 

 

 

 


[1441호 / 2018년 5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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