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을 버려야
자기 자신을 버려야
  • 양형진(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 승인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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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국회의원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출동한 경찰은 그가 죽은 줄 알고 구급차를 부르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아직 살아있으니 구급차를 빨리 불러 달라고 했다. 그러자 경찰은 “국회의원 말을 어떻게 믿어?”라고 했단다. 이는 국민들이 정치판을 어떻게 보는지를 풍자한다. 왜 정치하는 사람들은 거짓말을 해야하는가?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그들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정치’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양치기 소년이 된 국회의원



자신을 버리고 참으로 국민을 위하여 소신을 펼친다면, 언제나 떳떳할 터이니 구태여 거짓말까지 할 필요가 있겠는가.

‘자신을 버린다’는 것은 무아를 자각하고 실천하는 것에 해당하며, ‘국민을 위한다’는 것은 서원을 세우고 보살행을 하여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에 해당한다. 그런데, 자신을 버리지 않고 과연 국민을 위할 수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부패 정국이 계속되고 그 많은 거짓말이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는 것이 아닌가. 여기서 우리는 자신을 버리지 않으면 국민을 위할 수 없다는, 즉, 무아가 아니면 서원도 보살행도 불가능하다는 진리에 도달한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남을 뭐라 하기 전에 우리의 발 밑을 보아야 한다. 우리 모두가 무아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아주 작은 무엇이라도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내가 아니라 남을 위하여 기도하는지 반성하여야 한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을 과연 하고 있는지 철저히 살펴야 한다.

왜 그래야 하는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거의 모든 문제는 ‘나’를 내세우고 ‘나’의 이익을 추구하고 ‘나’의 조직을 챙기는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바로 거기서 모든 죄악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점에서는 우리 불교계도 크게 반성해야 할 일이 많은 것 같다. 그러므로 그 누구든 어느 조직이든 모든 것은 무아에 대한 철저한 자각과 실천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부처님이 제법무아를 설파하신 것은 단순한 우주적 원리만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리라. 우리의 모든 삶이 그것에 기반하여야 한다는 것을 말씀하셨을 것이다.

일체의 모든 것이 연기에 의하여 성립하므로 어느 것 하나 무아 아닌 것이 없다. 어느 것 하나 그 스스로 남의 도움 없이 홀로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우리 자신을 포함하여 법계의 모든 것은 자기 스스로 서 있을 수도 없는 빈약한 존재이다. 그러나 어느 하나의 예외도 없이 모두가 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존재는 서로 서로를 같이 서 있게 할 수 있는 풍부한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는 다른 모든 것에 빛과 생명을 주는 풍부한 존재이다. 그 풍부함을 우리는 우리 안에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능력은 오직 무아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무아에 대해 철저히 자각하고 우리 자신을 반성한다면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지금 이 땅에서 정말로 해야 할 일을 한다면, 한국 불교는 크게 발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무아에 대한 철저한 자각 필요



그래야 우리의 아이들도 불교가 무엇인지를 접하면서 자랄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대학생과 유학생을 포함하여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정신적 지주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모든 사람이 불교가 무언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일들이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면 종단이 적극 나서주어야 한다. 그런 일 다 버려 둔다면 개인이건 종단이건 알맹이는 없는 껍데기일 뿐이다. 무아를 자각하지도 실천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이 땅에서 지금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게을리 하고 있지 않은지를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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