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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식 각종 의례 정비 시급하다

기자명 송위지
종정 스님을 위시한 큰스님들은 물론 스님들께서 열반에 드셨을 때 다비식에 참석해 보면 항상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그 이유는 스님께서 열반에 드셔서 오는 별리(別離)의 념때문이기도 하지만 또다른 이유는 스님들의 다비식 때 진행되는 각종 의식들 때문이기도 하다. 분명 스님들의 다비때 진행되는 각종 절차들이 합당한 이유가 있어서 시행되는 것이겠지만 스님들께서 열반에 드신 이후에 진행되고 있는 각종 의식들 중에 알게 모르게 스님께서 하셨던 수행을 폄하할 수 있는 의식들이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특히 스님들의 수행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처럼 그 자체가 윤회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훌륭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남은 이들이 진행하는 각종 의식은 과연 이것이 스님의 수행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예를 들면 이미 수행을 하셔서 일정한 과위에 오르셨으리라고 생각되는 분들에게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것이나 스님의 발인 때 읽어 내리는 축문 등 또 스님의 법체를 입관하는 과정 하나하나에서 치루는 각종 의식들이 그렇다. 하긴 10년 전 성철 큰스님께서 열반에 드셨을 때 49재를 지내 드려야 하는지의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동안의 한국 불교사를 살펴 볼 때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숭유배불 정책을 표방했던 조선 왕조가 들어서면서 사회를 지배하던 기본적인 사상은 유교에 뿌리를 두게 되었고 유교의 지원이 없이는 불교가 살아남기 어려웠던 상황이 5백년이나 지속되면서 불교의 각종 의식에 유교적인 요소가 혼입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 유교 중심적인 시대도 아니고 또 한국 불교가 어느 다른 종교나 사상에 기대서 살아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 동안 혼돈이라는 이름으로 성격이 규정되었던 한국 불교는 언제부턴지 그동안의 혼돈을 의연하게 딛고 사회에 크게 기여하는 종교로 자리 매김을 해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교적 요소를 적지 않게 내포하고 있는 각종 의식들에 대한 재검토 작업이 이루어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불기2545년부터 2546년에 걸쳐 진행되었던 혜암 종정 스님의 종단장을 정리해 놓은 어느 스님의 자료를 보면 총65가지 정도의 절차를 거행하였는데 이들 중 불교적인 요소가 태반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발견되고 있으며 불교적인 경우라 하더라도 스님의 수행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의식들이 적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종정 스님이 열반하셔서 거행하는 종단장 의식이 이렇게 스님들의 수행의 정도를 고려하지 않은 상황에서 거행된다면 종정스님의 위에 오르시지 못한 스님들에 대한 다비는 물론 재가자들에 대한 각종 의식은 오죽 하겠는가? 때문에 비록 늦기는 하나 지금이라도 불교식 의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말했지만 불교가 처했던 시대적 상황에 의해서 할 수 없이 유입된 타종교적인 요소는 물론 불교적인 요소라 하더라도 해당 의식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현재 거행되고 있는 각종 의식을 확인하고 가능한 경전적 근거를 찾아내고 만일 경전적인 근거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전문가들이 모여서 토론하고 그 결과물로 경전에 근거하면서 시대에 맞는 의식을 개발하고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 이와 병행하여 스님들의 경우뿐 아니라 재가자들에 대한 의식 역시 경전에 근거하여 바로 개발하여 사부대중이 더불어 사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줌은 물론 불교인으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모 종교가 50년 가까이 사용하던 토착적인 요소를 지닌 의식을 완전 배제하고 2002년 10월3일 이후 모든 의식을 자신들의 종교의 특성에 근거한 의식을 전국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이성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송위지/서울보건대학 교수

song-w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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