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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달과 예수재의 참뜻

윤달에는 많은 사찰에서 예수재(預修齋)를 지낸다. 윤달은 평년보다 역일수(曆日數) 또는 역월수(曆月數)가 많다.



복덕 쌓기 위한 방편 중 하나



이를테면 태양력에서는 2월이 평년보다 하루 많고, 태음력에서는 평년보다 한 달을 더하여 윤달을 만든다. 태양력에서는 1년을 365일로 정했으나, 지구의 회귀년(回歸年)은 정확하게 365일 5시간 48분 46초이다.

그런데 나머지 시간인 5시간 48분 46초는 대략 4년이면 1일이 되기 때문에 4년째 해의 2월을 29일로 하여 1년을 366일로 정하여 윤년이라 하며, 그 해의 2월을 윤달이라고 한다. 한편 태음력에서는 1년을 약 360일로 정했으므로 5년에 두 번의 비율로 1년을 13개월로 하고, 그 해는 어떤 달을 두 번 반복하고 그 달을 윤달이라 하며, 윤달이 든 해를 윤년이라고 한다.

예수재란 죽은 후에 행할 불사(佛事)를 생전에 미리 닦는 재(齋)라는 뜻이며, 또한 자기가 죽은 뒤의 불사를 살아서 거꾸로 닦는다는 뜻에서 ‘역수(逆修)’라고도 한다. 그러면 이 윤달과 불가의 예수재와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 것일까.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 안될 말



흔히 윤달을 일러서 ‘공달(空月)’ 혹은 ‘섞은 달’이라 하여 집안의 크고 작은 일들을 처리하는 달로 삼았다. 그런데 윤달의 의미가 불교의 신앙과 융합되면서 예수재의 성행을 가져오게 되었다. 하지만 그 정확한 이유는 자세히 알 수 없다. 다만 윤달은 없던 것이 공짜로 생긴 것이므로 없는 셈치고 이 공달을 아무런 의미 없이 보낼 것이 아니라 중생들로 하여금 부처님 곁으로 끌어들여 복덕을 닦도록 하기 위해 옛 스님들이 창안해 낸 방편법이 아닌가 추측될 뿐이다.

『팔양경』(八陽經)에 의하면, ‘날마다 좋은 날이요, 달마다 좋은 달이요, 해마다 좋은 해이다(日日好日 月月好月 年年好年)’라고 하였다. 그런데 얼마나 중생들이 선근을 닦지 않았으면, 윤년의 윤달을 핑계로 예수재를 봉행하도록 유도했겠는가. 옛 스님들의 고심을 알 것도 같다.

근래 예수재를 부정적인 측면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생활과 불법이 둘로 나누어져 있는 사람에게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예수재라는 형식이 필요하다.



죄업 씻는 참회의 기회로 삼아야



왜냐하면 근기가 낮은 사람들은 이러한 방편에 의해서나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고, 또 그 동안 지은바 죄업을 참회하게 되기 때문이다.

『관정수원왕생십력정토경』(灌頂隨願往生十力淨土經)에 “사부대중은 이 몸이 그림자와 같음을 알고 부지런히 닦아 보리도를 행하고, 죽기 전에 미리 3·7일, 즉 21일 동안 닦되, 등을 켜고 번을 달고 스님들을 청하여 경전을 읽고 복덕을 쌓으면 한량없는 복을 얻으며 소원을 이룬다.” 라고 하였다.



일체의 수행이 곧 예수재



그렇다고 예수재에 함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극히 일부 사찰이긴 하지만 예수재의 참 의미를 모른 채 오직 예수재 만을 지내야 극락왕생 할 수 있다고 동참을 권유하고 있다. 만일 돈을 내고 예수재라는 행사에 동참하기만 하면 극락에 갈 수 있다고 말한다면, 저 중세의 로마 천주교회에서 금전 또는 재물을 바친 사람에게 그 죄를 면한다는 뜻으로 교황이 면죄부(免罪符)를 판매하던 일과 무엇이 다르리요.

다시 말해서 근기가 낮은 사람들에게는 지금도 예수재라는 형식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상근기 불자들에게는 별도의 예수재라는 형식이 필요치 않는다. 불교에서 말하는 일체의 수행 행위가 모두 미리 닦음[預修] 아닌 것이 없기 때문이다. 쉼 없는 정진을 통해 일상의 나날이 미리 닦는 예수재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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