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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폭력 고리를 끊어라

기자명 이학종

최근 불교계에서 폭력사태가 잇따라 발생해 말썽이 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동국대 불교학부의 교수로 있는 비구 스님이 역시 교수로 있는 비구니 스님에게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한 것이고 (본인은 그러한 사실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불교방송의 한 간부사원이 신입사원을 교육한다며 술에 취해 폭언과 폭행을 하고 심지어 수습 여사원의 배를 발로 걷어차는 만행을 저지른 사건입니다. 몇 년 주기로 일어나는 종단 분규사태의 후유증으로 인해 이처럼 불교계에 폭력사태가 만연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참으로 수치스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이번에 폭력을 행사했거나 폭력 의혹을 받는 당사자들이 모두 불교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비중 있는 위치에 있는, 타의 귀감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교계가 받는 충격은 더 큽니다. 또 이들의 폭언과 폭력행위는 이번에 처음 일어난 것이 아니라 이전에도 몇 차례 전력이 있는 상습적 행위라는 점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폭력이라는 암운이 모르는 사이에 교계 요소요소에 깊숙이 침잠했음을 입증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폭언과 폭력을 사용한 사람은 동국대 불교대학에서 후학들을 가르칠 수 없으며, 부처님의 말씀을 세상에 전하는 불교방송에서 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동국대와 불교방송의 책임 있는 당사자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한 시라도 빨리 진상을 규명하고 그 결과에 걸맞는 단호한 조처를 내려야 합니다. 사태를 흐지부지 덮어버리려 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번 폭력사태를 접하면서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폭력을 휘두르고 폭언을 한 사람을 두둔하려 하거나 적당히 덮은 후 내부에서 처리하려는 움직임이 그 조직의 일각에서 현저하게 감지되고 있는 것이지요. 물론 불미스러운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면 조직과 구성원 전체의 이미지가 실추될 것을 우려했을 것이라는 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가급적이면 내부에서 조용히 처리를 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요. 그러나 이번 사건과 관련한 동국대와 불교방송의 일부 임직원들의 태도는 정도가 지나쳤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발적이 아닌 상습적 폭력까지 애써 감싸고 감추려는 행태는 폭력을 행사한 사람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혹시 그것이 빗나간 조직사랑이나 연줄의식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지울 수가 없는 것이지요. ‘사자는 외부의 공격에 의해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몸 안에 있는 벌레에 의해 죽는다’는 사자신충(獅子身蟲)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그런 행위가 더 큰 폭력을 부르고 마침내 조직 전체를 해치게 된다는 정한 이치를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폭력을 경계하신 부처님의 가르침을 솔선해야 할 불교계에 폭력이 만연한 현상, 오늘을 사는 불자들 모두의 공업으로 받아들여야 할 슬픈 단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학종 기자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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