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불교를 선전물로 보지말아야”
그렇다. 이는 우리 한민족이 서로 돕고 싸우지 않는다는 것을 만천하에 선언할 것이다. 경제적인 협력과 영속적인 평화를 약속할 것이다.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주고 공존 공생의 주춧돌을 놓을 것이다. 각계각층의 남북교류가 활발해 진다. 문화예술계의 교류와 협력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북쪽의 태도로 보아 장미빛 꿈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비관론도 있다. 경제적 이익만을 챙기고 합의내용을 왜곡하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낙관론이 우세하다. 우리는 이번 회담이 새로운 통일모델을 탄생시키는 시발이 되길 간절히 서원한다.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한반도 통일의 기초가 되길 빈다. 이 역사적인 전환점에서 우리 불교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나? 다시한번 민족통일과 불교의 문제를 생각해 본다.
지난 10여년 동안 세차례의 남북고위급회담, 체육회담과 통일축구대회의 개최, 문화예술인의 교류 등이 활발히 전개되었다. 각계 각층의 통일논의와 통일운동도 활성화되어 가고 있다. 현대의 금강산여행 사업도 시작되어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관의 주도 아래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대중적인 기반이 허약한 실정이다. ‘통일’을 정치무대위에 올려 놓고 당리 당략적인 차원에서 이용하려든다면 문제가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민족종교인 불교가 민족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앞장선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불교는 통일주권의 주체로서 민족과 조국의 모든 고통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 불교가 이땅에 자리잡은지 어언 1천6백여년의 장구한 세월이 흘렀다. 이 과정에서 우리 민족이 삶속에 깊은 역사적 뿌리를 내려왔고 정신적 지주가 되어왔다. 조국을 유린하는 외세의 침략에 대항하여 자주민족의 구원자였고, 한민족의 귀의처가 되어왔다고 말할 수 있다. 불교가 우리 한민족의 역사 사회속에서 민족문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는 것은 필연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조국의 자주적인 평화통일이 한반도 전체민중의 한결같은 염원이기 때문에 불교는 이 염원을 풀어주는데 혼신을 다해야 한다.
민족은 역사적 문화적 공동체이다. 민족이 일체감을 가지는 것은 곧 문화적 동질성 연대성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반세기 가까운 분단상황 속에서 민족의 동질성이 훼손되고 남북이 이질체제로써 서로 멀어져 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여기서 불교가 큰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민족적인 양심을 걸고 분단극복의 민족생존 문제를 불교가 풀어나가야 한다.
최근에 불교계는 이러한 민족모순을 극복하여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조석예불이나 각종 행사에서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발원을 해왔다. 하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교리 사상적 이념정립과 운동세력의 확충은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 80년대 중반이후 민주사회건설과 불교개혁을 위해 앞장서온 불교시민운동단체들의 활동은 통일에 대한 불교적 실천운동이 되어왔다. 최근 조계종단에서는 '민족공동체 추진본부'라는 통일전담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이러한 통일불사에 기대를 걸어 본다.
이제 우리 불교계는 꾸준히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비폭력 평화통일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역대 독재정권의 편파적 종교정책으로 서구문명의 무절제한 침투가 이루어져서 문화식민주의의 폐습을 낳았다. 민족종교인 불교는 소외당하고 정치권력에 예속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제 통일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한국불교는 모든 억압과 지배의 질곡에서 벗어나 불교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인간해방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해탈을 구하는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교계의 자체개혁의 진통을 겪고 이겨내야 한다. 신앙과 수행에 있어서 개인의 깨달음을 목표로 하면서도 중생의 아픔을 함께 하는 대승불교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불교의 큰사상 큰그릇에 모든 잡다한 이념과 사상을 담아서 서로 조화롭게 만드는 방안을 우리 불교계가 해야할 길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불교를 바로 알고 남북불교 교류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우선 북한의 종교연구 불교연구에 있어서 편향적인 사고를 버려야 한다. 북한불교의 본질을 정치구도나 ‘선전물’로만 보지 말고 그 역사 사회 정치의 특수성 때문에 북한사회의 독특한 환경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중요한 사실은 북한에도 버려진 사찰이 있다는 것이다. 폐허가 된 사찰을 복원하자. 분단으로 이질화된 우리 문화의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 불교계가 앞장서자. 때가 왔다.
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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