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초대석-《한국불교100년》 펴낸 김광식 박사
법보초대석-《한국불교100년》 펴낸 김광식 박사
  • 이재형
  • 승인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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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 성찰없이 불교미래 없다”
역사연구의 출발은 사료에 대한 고찰로부터 시작된다. 1차 사료가 정확하고 다양할수록 그에 대한 연구가 심도 있게 다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근현대불교사 연구가 그 동안 부진했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도 개화기, 일제시대, 정화시기 등 비교적 가까운 시기이지만 오히려 관련자료가 부족하고 그나마 취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100여 년간의 시기가 현재 한국불교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전문 학자와 기초 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했음을 의미한다.

그런 측면에서 김광식(44, 대각사상연구원 연구부장) 씨의 근현대사에 대한 폭넓은 연구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이 분야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궤도에 오를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그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근현대불교사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고 조사하면 할수록 연구할 것이 수두룩했습니다. 정말 황무지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누군가는 반드시 정리하고 평가해야 하는 작업을 지금 내가 하고 있다는 의무감마저 느꼈습니다. 그 속에 지금 불교계의 문제점과 해결하려는 고민들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고려 최씨 무인정권의 불교계 운영에 관한 연구〉(건국대, 1992)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 씨는 94년부터 근현대불교사에 천착해 매년 4∼5편의 논문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한국근현대불교사연구》(1996), 《한국불교의 현실인식》(1998), 《용성》(1999), 《우리가 살아온 한국불교 100년》(2000) 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윤창화(민족사 대표) 씨와 함께 20세기 한국불교가 걸어왔던 생생한 발자취를 담은 화보 1100여 장을 수록한 《한국불교 100년》을 펴냄으로써 이 분야의 대표적인 학자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그는 '일제하 선학원의 운영과 성격'이란 논문을 통해 일제 식민정책에 맞서 불교의 정체성 및 항일운동을 전개했던 선학원을 체계적으로 고찰했으며, ‘조선불교청년회의 사적 고찰’ ‘조선불교청년총동맹과 만당’ ‘재일(在日) 불교유학생 단체 연구’ 등 일련의 논문을 발표함으로써 일제시대 불교청년운동의 흐름을 조명했다. 이와 함께 ‘8·15 해방과 불교계의 동향’ ‘불교혁신총동맹의 결성과 이념’ 등 논문에서는 해방 공간 아래에서의 불교계 상황을, 최근 ‘불교정화의 성찰과 재인식’이란 논문에서는 1954년부터 70년까지 17년간 진행됐던 ‘비구대처승 분규’를 집중적으로 다룸으로써 불교계의 그간 공적과 과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일반 사학계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는 분야는 근현대사입니다. 현재의 사회와 문화현상을 분석할 수 있는 토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불교사 연구에 있어서 근현대사 전문 연구자를 찾기 힘듭니다. 이는 현재 불교계 인사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파생된 것으로 학문의 독립이 이루어지지 않은데 일차적인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처음 고려불교를 전공했던 김 씨가 근현대불교사로 관심분야를 선회해 이 분야의 대표적인 학자로 인정받기까지의 배경에는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책임연구원을 역임했던 그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독립기념관이 개관하기 2년 전인 85년부터 연구소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그는 자료과장, 전시부장 등을 거치면서 근현대사에 대해 자의반 타의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낮에는 근현대사를 저녁에는 박사학위 논문 준비를 위해 고려불교사를 연구하는 이중 생활을 7년여 간 보내야 했다.

박사학위를 마친 93년부터 그는 근현대불교사가 갖는 중요성에 비해 연구성과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통감하고 이 분야에 대한 연구에 전념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현장에서 관련자료를 수집하는 한편 독립기념관과 대학도서관에 보관돼 있는 옛날 신문, 잡지, 회고록 등을 꼼꼼히 훑어내려 갔다. 그래서 얻은 자료들을 차곡차곡 모으고 논문을 쓸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 되면 일단 초안을 잡고 몇 번씩 수정작업을 거쳐 논문을 완성해 나갔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새롭게 발굴하고 정리한 논문이 40여 편에 이른다. 지난해부터는 연구소 생활도 접고 불교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지금까지 자료 수집과 정리에 치중한 반면 앞으로는 이에 대한 평가작업을 중심으로 연구활동을 하겠다는 김광식 씨. 그가 보는 한국불교의 현주소는 어떠할까.
“양적으로는 급성장을 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일제시대나 해방공간에서의 불교계 상황보다 못하다고 봅니다. 예전에도 분란은 있었지만 불교계를 지켜왔던 선승들이 많았고, 서로의 견해가 아무리 달라도 물리적 충돌보다는 대화가 중심을 이뤘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함께 해결하려는 학자들을 비롯한 대중들의 노력이 월등히 높았기 때문입니다.”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준비 없이 불교의 미래도 있을 수 없다는 김 씨는 현재 불교계가 풀어야 할 선결과제로 △불교계 구성원들의 의식 대전환을 통한 방향 설정 △문중 이기주의를 벗어나 각 문중의 특성에 맞는 이념 창출 및 사업전개 △승려 교육의 체계화 확립 △불교계의 자주권 회복 △재가불자의 위상 정립 등을 꼽았다.
“역사란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니라 우리 생활이며 거울”이라고 강조하는 김광식 씨는 그가 찾고 뿌리는 작은 연구 성과물들이 진정한 불교계의 희망 찾기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할 뿐이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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