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지도자·학자·저술가 20인 법문집
깨달음은 모든 불교도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그러나 깨달음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받게 되면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더욱이 집안 일이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깨달음을 얻는 것이 가능하냐는 물음에는 더욱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이 세상은 나의 사랑이며 또한 나다》는 베트남의 대선사이며 노벨 평화상 수상 지명자인 틱낫한 스님이 《참여불교》 출판 10주년을 기념해 펴낸 것으로 60여 권의 《참여불교》에 관한 내용 중 진수만을 골라 엮은 것이다. 이 책은 불교가 선방이나 명상센터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자신의 삶 속에서 불교의 관점과 지혜를 펼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참여불교’가 생활 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함으로써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자는 데 목적이 있듯 이 책은 틱낫한 스님을 중심으로 티베트의 종교지도자 달라이라마, 일본의 평화·환경운동가 가주카이 다나하시, 퓰리처상 수상자 게리 스나이더, 심리학자 잭 컨필드, 불교학자 조애나 메이시 등 불교계의 위대한 스승들과 학자들의 글로 구성돼 있다. 저자들은 현대사회가 첨단 통신매체 발달로 사람들의 의사소통 영역을 크게 넓혔지만 오히려 타인과의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게 해 인간을 깊은 소외감과 상실감에 빠지게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불교의 가르침과 수행법이 참다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분명한 길이라는데 의견을 모은다. 특히 틱낫한 스님은 “수행을 하는 것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몇 년간 고립된 곳에 가 있는 것이 아니며, 진정한 변화와 깨달음은 우리가 현실과 주변 세계와 교류하고 연결되었을 때만 일어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물위를 걷거나 공중을 걷는 것이 기적이 아니라 바로 이 땅을 걷는 게 기적”이라며 “평화는 이미 우리들 안에 내재하고 그 내면의 평화와 접하는 능력을 키우기만 하면 된다”고 일깨운다.
《이 세상은…》는 혼란스럽고 험한 사회 속에서 어떻게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고, 늘 맑고 새로운 정신을 솟아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섬광 같은 깊은 울림을 고요하고 아름답게 전하고 있다. 양문출판사, 값 9,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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